"식량 받다 숨진 가자주민 벌써 수백명"…이스라엘 고집에 '비극'
美·이엘 주도 가자인도주의재단, 유엔 막고 자체 배급…한 달만에 軍발포 등에 희생 눈덩이
유엔 "먼 거리의 배급소 찾아가다 매일 대규모 사상자"…인도주의 지원 무기화 비난
-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에 신경이 집중된 사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도주의 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의 휴전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 가자지구 봉쇄를 유지 중인 이스라엘의 자체적인 구호물자 배포 과정에서 극심한 혼란상이 이어지며 가자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총격 등에 숨지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 주도의 구호 시스템 도입 후 한 달간 구호물품 분배 거점 인근에서 수백 명이 사망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국제적십자사(ICRC)도 이날 미국·이스라엘 주도로 설립한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이 구호를 시작한 이래 라파 야전병원에서 대량 사상자 대응 절차를 20차례 발동했다고 알렸다.
2단계 휴전 협상이 어그러진 3월부터 두 달 넘게 가자지구로의 구호품 반입을 봉쇄하던 이스라엘은 지난달 27일부터 GHF 배급소를 통해 구호품 배급을 재개했지만, 남부에서만 단 4곳의 배급소를 운영하면서 주민들의 불편과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급소는 미국의 민간 계약업체들이 감독하고 이스라엘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이전에는 유엔 기구(UNRWA) 등의 주도로 가자 전역에서 수백 곳의 구호품 배급소가 운영됐으나, 이 같은 방식이 하마스의 구호품 탈취로 이어졌다는 것이 이스라엘 주장이다. 물자를 탈취한 하마스가 이를 암시장에 판매하거나 자체적으로 사용하고, 일반 주민에게는 제한적으로 배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제한된 배급소에 몰려드는 주민들을 향해 연이어 발포해 사상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일부 발포 사건은 부인하고, 일부에 대해서는 무장 세력의 도발이 있거나 주민들의 위협 행동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유엔은 이날 보고서에서 "가자 주민들은 식량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으며, 구호 거점을 찾는 과정에서 거의 매일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부분 가정은 하루에 단 한 끼의 영양가 낮은 식사만을 해결하고 있고, 어른들은 아이와 노약자를 위해 스스로 끼니를 거르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대변인 옌스 라르케는 새 구호 분배 거점이 "가자 주민에게는 죽음의 함정"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과 국제 구호단체들은 GHF 시스템이 당초 식량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주민들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수 ㎞ 걸어가야 식량을 얻을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구호물자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본다.
GHF는 "궁극적인 해법은 더 많은 구호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구호가 확대되면 불확실성이 줄고 절박함도 완화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현재는 가자 전역의 수요를 충족할 만큼의 식량과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유엔 및 국제기구에 협력을 요청했다.
유엔과 기타 국제기구가 북부 가자에서 진행하는 다른 구호 작전도 혼란에 빠진 상태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식량 트럭이 진입하자마자 군중에 의해 약탈당하는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라르케 대변인은 "가자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굶주린 곳"이라며 "어떤 물자가 들어와도 주민들이 즉시 약탈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자 중부 누세이랏 출신의 아흐마드 사미르 카피나는 NYT에 "구호 거점을 세 번 찾아갔으나 한 번만 식량을 얻을 수 있었다"며 "현장에서 총격과 폭력, 식량을 두고 벌이는 칼부림도 목격했으나 다른 방법이 없기에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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