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받으려다 이스라엘군 발포로 숨져"…가자 또 50여명 사망
美·이 설립 라파 배급소서 23명 이상 사망…UNRWA 사무총장 "죽음의 배급 시스템"
-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16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구호품 보급을 통제하던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최소 50명이 사망했다고 가자지구 보건부가 밝혔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현지 의료진은 특히 라파에 위치한 한 곳의 배급소 인근에서만 최소 23명이 숨지고 200명이 부상했다고 알렸다.
세달 가까이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품 보급을 전면 차단했던 이스라엘은 미국과 함께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을 출범시켜 지난달 말부터 식량 등 구호품 보급에 나섰다. 그러나 배급소에 주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혼란이 벌어지자 이스라엘군이 발포하며 인명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라파는 앞서 이 같은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곳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발포에 대한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과거 유사한 사례에서 이스라엘군은 배급소 인근 발포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무장 세력의 도발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GHF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현재까지 4곳의 배급소에서 300만명분 식사를 문제없이 배급했다"고 밝혔다.
이날 라파 인근의 나세르 병원에는 숨진 희생자들의 유족들이 모여들었다. 여성과 아이들이 흰 수의에 싸인 시신 옆에서 오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구호물자를 받기 위해 현장을 찾았던 아흐메드 파야드는 "아이들에게 먹일 식량을 받으러 간 것인데, 도리어 죽음의 함정이었다"며 "다른 이들에게 충고한다. 절대 그곳에 가지 말라"고 말했다.
이날 가자 북부 해안도로에서도 이스라엘군이 유엔 구호 트럭을 기다리는 군중에게 발포하며 최소 5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 사무총장은 SNS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구호물자를 얻기 위해 '죽음의 배급 시스템'에 접근한 이들을 포함, 지난 며칠간 수십 명이 사망하고 부상했다"고 밝혔다.
GHF가 운영되기 전까지 가자지구의 230만 주민에게 제공되는 구호물자 대부분은 UNRWA 등 유엔 기구들이 수천 명의 직원을 통해 수백 곳의 거점에서 배분해 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구호물자를 탈취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배급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왔다. 이에 대해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굶주림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라자리니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은 UNRWA를 포함한 유엔기구들의 구호물자 반입을 여전히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도 대규모 구호물자가 반입 준비를 마친 상태로 국경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5월 말 GHF가 운영을 시작한 이후 배급소 인근에서 사망한 팔레스타인 주민이 최소 300명, 부상자는 2600명 이상이라고 알렸다.
alicemunr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