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가 포르쉐 이름 딴 거리명을 바꿔버린 이유
나치 부역자 이름 딴 거리명 개정 작업 중
포르쉐 "역사 지우기가 사회적 진보로 이어지지 않는다" 변명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오스트리아 린츠시(市)가 독일의 고급 자동차 제조업체 포르쉐 설립자의 이름을 딴 거리를 포함해 총 4곳의 거리명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여전히 남아 있는 반유대주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다.
반유대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태어난 오스트리아는 1938년 독일에 합병됐다. 당시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던 유대인 20만 명 중 3분의 1 이상이 홀로코스트에서 살해당하는 참극을 겪었다.
오스트리아는 인종차별주의자 및 반유대주의자들로 밝혀진 인물들의 이름을 딴 수많은 거리명 바꾸며 아픈 역사의 흔적을 꾸준히 걷어내고 있다.
린츠시는 지난 2019년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 거리명을 조사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64개 거리명이 나치당의 당원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중에서도 포르쉐를 포함한 4명의 남성은 반유대주의자로 드러났다. 한국으로 바꿔 생각하면 거리명이 '이완용길'인 셈이다.
린츠시 대변인은 AFP 통신을 통해 이번에 이름이 변경되는 거리는 비엔나에서 서쪽으로 200km가량 떨어진 린츠의 포르셰베그 외 3곳이라고 공개했다. 각각 작곡가 한스 피츠너, 작가 프란츠 레슬, 그리고 주교 요하네스 마리아 그폴너의 이름을 땄다. 이들은 모두 나치에 부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린츠시는 성명을 통해 "포르쉐는 전쟁 도중 경제 분야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전쟁 포로와 강제 수용소 수감자들의 강제 노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포르쉐가 "그런 식으로 수감자들, 특히 그중에서도 비인간적인 노동 환경 탓에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죽음을 묵인(accepted)했다"고 덧붙였다.
포르쉐 설립자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실제로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나치에 협조했다는 죄목으로 20개월간 수감됐다.
포르쉐는 AFP통신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오스트리아 일간지 쿠리에를 통해 "공공장소에서 역사를 지우는 행동은 그 어떤 사회적 진보로도 이어지지 않는다"며 거리명 변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했다.
시의회는 12월 안에 새로 바뀐 거리명을 승인할 예정이며 새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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