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이 날린 '평화'의 비둘기, 까마귀에 공격당해

© AFP=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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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지예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사 집전 중 '평화의 상징'으로 날려보낸 비둘기 2마리가 까마귀 등 다른 새들에게 공격받는 일이 벌어졌다고 CBS방송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교황은 이날 로마 교황궁에서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신도들과 미사를 진행하던 중 옆에 선 어린이 2명에게 창 밖으로 비둘기를 날려보내도록 했다.

비둘기들이 막 창문 밖으로 날아가려던 차에 갑자기 커다란 까마귀와 갈매기가 날아와 이들을 공격했다.

비둘기들은 자신들보다 훨씬 덩치가 큰 이들 새들에게 가차없이 쪼임을 당해 깃털이 빠지기도 했다.

사고 이후 비둘기들의 행방은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비둘기들을 날려보내기 전 최근 반정부 시위로 유혈사태가 격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기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에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체결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석달째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유혈충돌이 잇달아 현재까지 5명 이상이 숨졌다.

일부 언론은 교황이 날린 '평화'의 비둘기가 공격당한 것과 관련해 까마귀와 갈매기를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빗대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풍자했다.

야누코비치 정권은 시위사태가 악화하자 야권에 총리직 제안 등 유화책을 제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위규제법을 발효하는 등 강경진압에 나서 비난을 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EU와의 협정이 아닌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권 관세동맹에 참여하도록 장려하고 있어 이번 사태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교황의 비둘기가 다른 새들에게 공격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임 베네딕토 16세가 퇴임 전인 지난해 1월 같은 장소에서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날려보낸 비둘기도 불청객들에게 봉변을 당했다.

이 비둘기는 난데없이 날아 온 갈매기에게 무방비로 공격당했지만 다행히 날아오르는 데 성공했다.

이전 해에는 베네딕토 16세가 교황궁 창문에서 풀어준 비둘기 2마리가 곧바로 방 안으로 다시 날아 들어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베네딕토 16세는 당시 일화에 대해 "비둘기들은 교황의 집에 머물길 원했다"고 농담했다.

ezyea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