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재무장 속도내자…유럽 국가들 경계의 눈초리
10년 간 5000억 달러 쏟아부어 국방력 강화
"유럽 안보에 독일 필수적이지만 너무 커지면 곤란"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독일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재무장을 가속하는 가운데 주변 유럽 국가들이 경계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범국인 독일이 방위산업을 자국 중심으로만 이끌고 유럽 통합적 접근을 소홀히 한다면 오히려 동맹국 간의 분열과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재래식 군대를 구축하겠다는 목표 아래, 향후 10년간 군비로 5000억 달러 이상을 책정했다.
독일 국방부는 장기적으로 상비군 규모를 26만 명으로 확대하고, 예비군 20만 명을 포함해 총 46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구축한다며 모병과 예비군 충원을 가속하고 있고, 병력 규모는 이미 1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가속화된 독일의 재무장은 독일이 얼마만큼의 군사력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수십 년 만에 다시 지펴 올렸다.
주변국들의 불안감은 독일 내에서 대안당(AfD·독일을 위한 대안)이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며 더욱 커지고 있다.
친러시아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 극우 정당은 나치 시대 범죄에 대한 독일의 반성 기조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극우 친러시아 정당의 손에 들어간 재무장한 독일이 어디로 향할지 우리는 너무나 잘 기억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대선 후보 여론조사 2위를 달리는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 장뤼크 멜랑숑 또한 "그들은 유럽에서 가장 큰 재래식 군대를 구축하려 한다"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유럽 관료들은 독일의 대규모 군비 증강과 병력 확충이 유럽 대륙 내 힘의 균형 자체를 흔들고 있다고 우려한다.
설령 대안당이 집권하지 않더라도, 재무장한 독일과 러시아가 유럽의 거대 양대 권력으로 부상한 뒤 독일이 갈등을 피하려 다시 러시아와 타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독일의 군사 물자 조달이 주로 자국 방위산업체들의 배를 불리는 방식으로 작동하면서 우려에 불을 지피고 있다.
독일 관료들은 이웃 국가들의 걱정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아직 실질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는 19세기 유럽 열강들이 통일된 독일의 힘이 평화를 위협할 수준으로 커질 것을 경계했던 이른바 '독일 문제'를 고스란히 떠올리게 한다.
루카스 야신스키 폴란드 국제문제연구소(PISM) 연구원은 WSJ에 "이것은 혁명이며 독일의 이웃 국가들과 유럽, 대서양 관계에 틀림없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독일은 유럽 안보에 매우 중요하지만 유럽에 비해 너무 커져서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독일이 재무장을 유럽 안보 구조 안에 단단히 묶어두는 방식으로 이 같은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유럽 공동 조달, 방위산업 통합, 나토 내 공동 지휘 구조 도입, 유럽연합(EU) 차원의 방위비 공동 차입 등이 그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흐르고 있다. 독일은 최근 프랑스 및 네덜란드와의 수십억 유로 규모 프로젝트에서 이탈했다. 지난해 국방비 지출의 약 3분의 2는 독일 기업으로 향했고, 동맹국으로 간 몫은 극히 미미했다.
프랑스는 독일이 자신들을 제치고 유럽의 주도적인 군사·산업 강국으로 자리 잡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볼프강 이싱거 뮌헨안보회의 의장은 "독일의 20세기 역사로 인해 재무장이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것은 결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것이 아님을 동맹국들에 확신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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