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회색지대' 공세 수위 높여 나토 흔들기…"우발 충돌 위험"
리투아니아 드론 격추·덴마크 헬기에 조명탄 등 잇따라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러시아가 유럽 국가에 대한 영공 침범, 군사적 위협 등 이른바 '회색지대'(grey zone)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우발적 충돌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은 17일(현지시간) 최근 유럽에서 잇따른 안보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가 전면전으로 이어질 선은 넘지 않으면서도 나토의 대응 의지와 한계를 시험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최근 1주일 새 유럽 곳곳에선 러시아와 연관되거나 러시아 소행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14일엔 벨라루스에서 리투아니아 영공으로 진입한 드론을 나토 임무를 수행 중이던 이탈리아 전투기가 격추했다. 해당 드론 잔해에선 폭발물이 발견됐다. 리투아니아 당국은 이 드론이 러시아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하루 앞선 13일엔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국경 인근 야호딘역에서 러시아 드론이 열차를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와 칼 빌트 전 스웨덴 총리 등 서방 고위 인사들이 해당 열차에 앞서 같은 철로를 이용했고,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탑승한 열차도 당시 역에 있었다. 우크라이나 철도 당국은 외국 대표단이 탄 열차가 공격 목표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발트해에선 러시아 군함이 국제수역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덴마크군 헬기를 향해 조명탄 2발을 발사했다. 덴마크 국방부에 따르면 이 가운데 1발은 헬기로부터 불과 수m 떨어진 곳을 지나갔다. 덴마크 당국이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자, 러시아는 오히려 덴마크 헬기가 자국 군함 주변에서 위험한 기동을 했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폴란드 해안에서도 러시아제 추정 드론이 발견됐고, 네덜란드에선 철로 30여 곳에 금속 파이프가 설치돼 열차 운행이 대규모로 중단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네덜란드 당국은 이를 '사보타주'로 규정했지만 배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나토도 최근 러시아의 영공 침범과 사이버 공격, 사보타주 등이 더 빈번해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나토는 작년에 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영공 대규모 침범과 러시아 전투기의 에스토니아 영공 침범 이후 동부전선 방어를 강화하는 '이스턴 센트리'(Eastern Sentry)를 가동했다.
CNN은 이 같은 러시아의 행동엔 유럽 각 국민에게 공포감을 심어줘 자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따른 비용과 위험을 체감시키는 동시에 나토 집단방위체제의 대응 의지를 시험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로부터의 침공이 시작된 이후 서방 국가들의 지원 아래 4년 넘게 전쟁을 이어오고 있다.
유럽 국가의 한 외교관은 "불과 몇 달 전이면 나토 조약 제4조에 따른 긴급 협의를 촉발했을 만한 사건들이 이젠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목적이 "유럽에 겁을 줘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멀어지게 하고 확전 공포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조약 4조는 회원국이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판단할 경우 회원국 간 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토 조약 5조는 특정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대응하는 집단방위 조항이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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