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외무 "나토 유럽군, 美 없이 러 정유시설 절반 파괴 가능"

러·나토 긴장 고조…러시아 "병적인 러 혐오증"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 2025.9.1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공격할 경우 미국의 지원 없이 나토의 유럽 회원국 공군만으로도 러시아 정유시설 절반을 파괴할 수 있다고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시코르스키 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친 뒤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도 러시아 정유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나토를 공격할 경우 나토 유럽 회원국들의 공군은 미국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제공권 우위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가 해온 것보다 더 빠르게 러시아 정유시설의 절반을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코르스키 장관의 발언은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전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나토 진영 간 대치가 격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시코르스키 장관은 전날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안보 관련 행사에서도 러시아가 나토를 공격할 경우 유럽이 러시아를 신속히 제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토가 러시아에 대해 압도적인 제공권 우위를 갖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수개월에 걸쳐 러시아 정유능력의 상당 부분을 타격한 것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러시아 정유시설을 대규모로 파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3일 시코르스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병적인 러시아 혐오증"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산업이 갈수록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피해 시설 복구도 부분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18개월간 러시아의 원유 정제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 하루 평균 약 400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쟁 이전보다 약 30% 낮은 수준이다.

IEA는 우크라이나의 공격과 지속적인 보수 작업의 영향이 겹치면서 러시아 전체 정유체계가 점차 약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상호 공습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나토 진영 간 긴장도 함께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앞세워 러시아 약화와 전략적 패배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반면, 유럽은 러시아가 하이브리드 전술(군사·사이버·정보전 등을 결합한 복합전술)과 사보타주(파괴 공작) 등을 통해 유럽 국가들에 대한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러시아가 배후로 의심되는 폭발물 탑재 드론 공격 시도 사건이 발생한 이후 양측의 대치는 한층 첨예해졌다.

지난달 4일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는 폭발물을 탑재한 드론이 우크라이나 안토노프 화물기를 겨냥해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드론은 항공기 날개에 충돌한 뒤 폭발하지 않은 채 떨어졌으며, 독일 경찰이 현장에서 폭발물을 해체했다.

독일 정부는 약 한 달간의 수사 끝에 러시아가 해당 공격을 배후에서 준비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러시아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뒤이어 13일에는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을 공격하던 러시아 드론이 키이우를 출발해 폴란드 바르샤바로 향하던 여객 열차를 타격했다. 이 공격으로 인근을 운행하던 미국과 영국·독일 등 서방 국가들의 정치·외교계 고위 인사 탑승 열차들도 위험에 처했던 사실이 전해지면서 서방의 경계심이 한층 높아졌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