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검찰총장, 부패 혐의 수사 와중 사직서 내고 한밤중 출국
"관용차 타고 해외로"…본인은 "국제 업무 출장" 주장
反부패 당국과 세력 다툼 양상…젤렌스키 대통령 자진사임 압박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부패 사건 연루 의혹 속에 사직서를 제출한 루슬란 크라우첸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이 한밤중 관용차를 타고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14일(현지시간)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이날 사법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크라우첸코 총장이 13일 밤부터 14일 새벽 사이 관용차를 타고 우크라이나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크라우첸코 총장의 부인도 우크라이나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크라우첸코 총장은 출국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업무상 출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현재 해외 출장 중"이라며 "여러 국제 파트너들과 회동해 우크라이나 반부패기관 체계의 실상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반부패기관들이 "통제받지 않는 영향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징후가 있다"며 "이것이 국가 주권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자신을 포함한 검찰총장실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부패 혐의를 수사한 세멘 크리보노스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NABU) 국장과 올렉산드르 클리멘코 반부패특별검찰청(SAPO) 수장의 측근을 상대로 기소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했다.
크리보노스 국장에 대해선 공문서 위조와 허위 입양 혐의를, 클리멘코 수장 측근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고등반부패법원(VAKS) 판사에 대한 영향력 행사와 부당한 이익 제공 제안 등의 혐의를 제기했다.
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이 반부패당국의 압수수색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벌어졌다. 반부패당국의 검찰총장실 상대 수사가 두 기관 간 세력 대결로 번지는 모습이다.
NABU와 SAPO는 이달 초 검찰총장실 고위 간부가 이끈 것으로 의심되는 범죄조직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수사 결과, 작년 중반께 결성된 이 조직은 우크라이나인과 외국인을 상대로 사기를 벌이는 콜센터들이 단속을 피해 운영될 수 있도록 비호해주는 대가로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당국은 이 조직을 검찰총장실 고위 당국자가 이끌었으며 현직 검사들과 외부 인사들도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사법당국 소식통들을 인용해 "콜센터 1곳당 매달 약 7000달러(약 940만 원)가 검찰총장실 관계자들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소 100곳의 콜센터가 이 같은 비호 아래 운영됐다면 매달 70만 달러(약 9억 4000만 원)의 '수익'이 발생한 셈"이라고 전했다.
NABU가 공개한 녹취에는 범죄조직을 비호한 것으로 의심되는 '보스'가 언급되는데, 그가 크라우첸코 총장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NABU는 수사 과정에서 크라우첸코 총장 집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크라우첸코 총장은 지난 8일 텔레그램을 통해 사직서 제출 사실을 알리며 "이는 정치적 결정이며, 검찰총장직이 정치적 대립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범죄조직이나 비리 의혹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크라우첸코는 작년 6월부터 검찰총장직을 맡아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크라우첸코 총장을 향해 "이제 선택지는 하나뿐이며, 그것은 직위에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사임을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의회(최고라다)에도 크라우첸코 총장의 해임을 지체 없이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오는 15일 크라우첸코 총장의 사임 문제를 표결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검찰총장의 임명뿐 아니라 사임에도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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