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젤렌스키에 "러 정유시설 공격 멈춰라"…크렘린 "환영"(종합)
"경유 생산시설 공격, 전 세계에 피해"…에너지 휴전 급부상
젤렌스키 "21~23일 뉴욕서 트럼프와 해상·에너지 휴전 논의 희망"
- 유철종 전문위원,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공방 격화로 석유제품 공급 차질이 커지면서 국제유가와 미국의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환영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음 주 미국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와의 에너지 분야 휴전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일랜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며 "러시아의 경유 공급시설을 파괴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목표물을 공격하도록 하라. 하지만 경유는 공격하지 말라"며 "그런 공격이 경유 부족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석유제품 공급 부족은 중동이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상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란 간 중동전쟁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전을 국제 연료 공급 시장 불안정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최근 수개월 동안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이 문제를 직접 논의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수개월 동안 자국 국경에서 수백~수천㎞ 떨어진 러시아 정유시설까지 장거리 드론을 동원해 공격해 오고 있다.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필요한 연료 공급과 에너지 수출을 동시에 타격하려는 계산에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향해 대규모 드론 공격을 벌이는 가운데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기록적인 규모의 미사일·드론 복합 공격으로 맞서고 있다.
이날 새벽에도 러시아 드론 한 대가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에서 폴란드 바르샤바로 향하던 여객열차를 타격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최근 미국 특사들이 모스크바와 키이우를 잇달아 방문해 종전 협상 재개를 모색했지만 양측의 군사 충돌은 오히려 격화하는 모습이다.
중동 지역 분쟁이 다시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에 따른 석유제품 공급 차질까지 더해지면서 국제 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은 미국 내 휘발유와 경유 등 연료 가격을 끌어올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
이에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경유 생산 시설 공격을 자제하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도 에너지 가격 급등이 미국 경제와 물가에 미칠 파장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한 데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키이우 정권에 평화적인 경제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어떠한 요구도 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경제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음 주 21~23일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길 희망한다며, "우리는 러시아와의 적절한 해상 휴전과 에너지 휴전에 열려 있으며 이 모든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면적인 휴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최소한 부분적인 휴전, 즉 곡물과 에너지 분야에서의 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 소식통은 올겨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지 않는 제한적 휴전이 합의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오는 18~20일 러시아 총선 이전에는 중대한 외교적 돌파구를 기대하기 어렵고, 선거 이후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정상회담이나 4자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매체는 전망했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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