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착촌' 제재한 서방…총선 어려운 네타냐후 웃는다
英 등 국제사회 압박 내세워 강경 대응하며 우파 결집 시도 전망
"국제사회 제재, 10월 총선 판세 불리한 집권당에 유리하게 작용"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서방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에 제재를 가한 후 이를 주도한 영국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내달 총선을 앞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는 오히려 이번 외교적 갈등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12개국은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정착촌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착촌에서 생산된 상품의 거래를 제한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영국은 6~9개월 내에 제재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제재 발표 후 동예루살렘 주재 영국 영사관 폐쇄, 미국 주도의 민군협력센터(CMCC)에서 영국 대표단 추방, 영국 의원 입국 금지 등 보복 조치를 취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제재를 발표한 에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며 이스라엘 선거에 대한 노골적인 개입이라고 비난했다. 서방의 제재가 10월 27일 열리는 이스라엘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재선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제재가 여론조사에서 고전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와 우파 연립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불리한 판세를 만회하기 위해 이란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적대 세력과의 군사적 충돌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이번 제재는 국제사회의 외교적 압박을 이유로 우파 결집을 노릴 수 있는 기회라는 이유에서다.
이스라엘 외교관 출신인 알론 팡카스는 "네타냐후 정부는 세계가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생각을 즐기는 정부"라며 "'우리는 영원한 피해자'라는 사고방식으로, 강경하게 저항하고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료들의 거친 발언도 총선 전 우파 지지층을 의식한 것으로 평가된다.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영국 영사관 폐쇄를 제안했고,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영국 대사 추방을 촉구했다. 강경한 언행이 경쟁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제러미 이사차로프 전 독일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예전 같았으면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일방적인 보복 조치를 취하기보다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을 장려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외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불법 정착촌 확대를 막기 위한 이번 제재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사차로프는 "이스라엘의 정책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면 제재를 철회할 수 있다는 당근을 제시할 수도 있었다"고 아쉬워 했다.
이스라엘 우파 진영에서는 이번 제재의 일방성으로 인해 '두 국가 해법'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영국의 설명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앨런 베이커 전 캐나다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영국 위임통치는 1948년 끝났고, 영국이 이스라엘에 무엇을 하라고 말할 수 있었던 시대도 그 때 끝났다"며 영국이 팔레스타인 측에 지나치게 편향돼 중립성을 주장할 수 있는 위치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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