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다리는 돈바스에, 다른 쪽은 런웨이에"…키이우 뭉클 패션쇼
의수·의족 착용한 우크라 참전용사 5명 런웨이 올라 '박수갈채'
4년 넘는 전쟁 중 십수만명 사망…팔다리 잃은 병사 5~10만
-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한쪽 다리는 돈바스에 두고 왔고, 다른 한쪽 다리는 패션위크 런웨이에 있네요."
6일(현지시간)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다친 우크라이나 참전 용사 야로슬라우 샤르키의 금속 의족이 부딪히는 소리가 키이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패션위크'(UFW) 패션쇼장의 정적을 깨뜨렸다.
AFP통신이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전직 전투 의무병 샤르키를 만났을 때 샤르키는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런웨이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 패션쇼에선 우크라이나 디자이너인 이고르 시들레츠키가 의족·의수를 사용하는 사람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의상이 공개됐다. 시들레츠키의 의상은 품이 넉넉하고 절단 장애인이 입기 편하게 디자인됐다.
패션쇼엔 샤르키를 포함해 의수·의족을 착용한 참전 용사 5명이 참여했다. 샤르키는 평소 의족을 조정하려면 바지를 완전히 벗어야 해 공공장소에선 불편한데 시들레츠키의 옷은 "편안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하다"고 추켜세웠다.
금속 의족을 착용한 우크라이나 참전 용사 미스코리알라 코발료우(22)도 분주하게 탈의실을 오갔다. 코발료우는 러시아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군에 입대한 지 4년 만에 북동부 수미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두 다리를 모두 잃었다.
헐렁하게 흘러내리는 셔츠를 입고 긴 검은 머리를 뒤로 넘긴 채 웃으며 "나는 배우도, 스타도, 무용수도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은 우리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 갔으나, 예술은 우리에게 다시 힘을 줄 수 있다"며 "그곳에서 우리는 파괴해야 했다. 하지만 이곳에선 창조한다"고 강조했다.
패션쇼가 시작하기 전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십수만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을 추모하는 묵념이 1분간 진행됐다.
코발료우와 샤르키도 자신감 있게 런웨이를 걸었다. 흰색과 베이지색 옷감은 의족에서 번쩍이는 금속과 선명한 대비를 이뤘다.
패션쇼가 끝나자 관객석에선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AFP는 전했다.
샤르키는 AFP에 "절단 장애인이 더 이상 편안한 바지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도록" 자신의 의류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비정부기구(NGO)에 따르면 샤르키처럼 러시아 침공에 맞서 싸우다 팔다리를 잃은 우크라이나 군인은 5만~10만 명으로 추정된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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