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폭드론 핵심 탄소섬유, 中국영기업이 비밀리 공급"
폴리티코 보도…中길림화학섬유서 받은 러 기업 선적문서 확인
자폭드론 최대 1300대 분량 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 수출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중국 국영기업이 러시아의 자폭 드론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 원료를 비밀리에 공급해 온 사실이 내부 선적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고 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러시아 기업 내부 선적 문서에 따르면 중국의 국영 화학기업인 길림화학섬유는 올해 초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의 자회사 '알라부가-볼록노'(Alabuga-Volokno)에 46톤 규모의 탄소섬유 화학물질을 수출했다.
이 물품들은 지난 8월 우크라이나 중부 쇼핑몰을 타격해 다수의 인명피해를 낳은 러시아 자폭 드론의 핵심 부품 제조에 쓰이는 소재로 확인됐다. 선적 과정에서 중국 기업은 수출 품명을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등으로 위장해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망을 교묘히 피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크라이나 안보협력센터(USCC)가 확보해 미국과 영국 정부에 공유한 이 문서는 중국 국영 기업이 러시아의 군수 산업 공급망에 직접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증거로 평가받는다. 국제 제재로 고립된 러시아 입장에서 중국이 무기 제조용 복합소재를 조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폭로는 이달 말 워싱턴에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적 파장이 커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러 지원 중단을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친우크라이나 성향 의원들의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러시아는 최근 드론 전담 부대를 신설해 우크라이나 심장부 타격을 강화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역시 드론을 통해 러시아의 경제적 기반인 정유시설 타격을 확대하고 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성명에서 러시아의 자폭 드론 프로그램에 대한 중국의 지원 주장이 "중국을 폄훼하고 희생양 삼으려는 시도"라며 "우리는 분쟁 당사자에게 살상무기를 제공한 적이 없고, 이중용도 품목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무기 전문가들과 전직 정보 관료들은 국영기업인 길림화학섬유가 대규모 물자를 비밀리에 선적한 사실을 정부가 인지하지 못했을 리 없으며, 이는 사실상 중국이 방관하거나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공개된 러시아어 문서에 따르면, 길림화학섬유는 러시아 국영 로사톰의 자회사이자 군용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알라부가-볼록노' 측에 탄소섬유 제조의 핵심 화학 소재인 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PAN) 원사 46톤을 선적했다.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 내 알라부가 특수경제구역에 위치한 해당 공장은 이란산 샤헤드 드론 설계를 바탕으로 한 장거리 자폭 드론 대량 생산에 이 소재를 활용하고 있다.
알라부가-볼록노와 모회사 유마텍스(UMATEX)는 2023년부터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어 군사적 전용이 가능한 물품의 수출입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길림화학섬유는 해당 물품의 관세 코드를 나일론 등 일반 민수용 합성섬유로 위장해 세관의 감시를 교묘히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길림화학섬유가 공급한 PAN 원사가 드론의 기체 골조, 날개, 연료탱크 등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인 핵심 재료이며, 이번에 선적된 물량만 해도 자폭 드론 최대 1300대를 만들 수 있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독일의 비영리 경제 분석재단인 킬 인스티튜트의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 군사 기능 유지에 필요한 부품의 60% 이상을 중국이 공급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그 대가로 베이징에 군사 기술을 이전하며 양국 간 전략적 밀착이 깊어지고 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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