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극우 AfD, 동부 주 선거서 압승…44% 득표 '역대급 돌풍'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서 지지율 2배 이상…집권 CDU 18.5% 그쳐
과반 확보 여부는 불투명…AfD 첫 주정부 출범 가능성에 독일 정치권 긴장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옛 동독 지역의 핵심 주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다만 단독으로 주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과반 의석을 확보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독일 공영방송 ARD와 ZDF의 출구조사 및 개표 전망에서 AfD는 작센안할트주 선거에서 최소 44%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선거보다 지지율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린 것이다.
반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은 18.5%에 그쳐 AfD와 25%포인트 넘는 격차를 보였다.
AfD의 작센안할트주 총리 후보인 울리히 지그문트(35)는 개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는 오늘 역사를 만들었다"고 선언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AfD가 과반 의석을 확보해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주정부를 단독 구성할 수 있느냐다.
독일 주요 정당들은 극우 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AfD와 어떤 형태의 연정도 구성하지 않는 이른바 '방화벽'(firewall) 원칙을 유지해왔다. 독일 국내정보기관은 AfD 작센안할트 지부를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분류하고 있다.
CDU 소속 스벤 슐체 작센안할트 주총리는 이번 결과를 "심각한 타격"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최종 개표 결과와 군소정당의 의회 진입 여부에 따라 CDU가 주정부를 유지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CDU가 집권을 이어가려면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극좌 성향 좌파당(Die Linke)의 지원까지 받는 복잡한 구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이다. 경제정책에서는 좌파적이지만 이민 문제에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BSW가 의회 진입 기준인 득표율 5%를 넘을지, 의회에 진입할 경우 AfD를 지원할지가 향후 권력 구도를 좌우할 수 있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최소 7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센안할트 인구는 약 210만명이다.
AfD가 실제 주정부 구성에 성공할 경우 독일 정치사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의 역사적 책임을 중시해 온 독일에서는 그동안 극단주의 정당의 집권을 차단해왔다.
독일 유대인중앙위원회의 요제프 슈스터 회장은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 결과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선거를 하루 앞둔 5일에는 주도 마그데부르크에서 수천명이 참가한 AfD 반대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나치 없는 삶이 더 낫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지그문트는 작센안할트 주총리에 올라 이 지역에서 시작된 정치적 변화를 2029년 연방 총선 승리로 이어가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기업가 출신인 지그문트는 소셜미디어에서 대규모 팔로어를 확보하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높은 인지도를 쌓았다.
AfD는 선거 과정에서 옛 동독 시절에 대한 향수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동서독 간 경제적 격차에 대한 불만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지그문트가 제시한 정책은 강경하다. 그는 집권 첫날부터 불법 체류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재이민(remigration) 및 추방 공세'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공립학교에 걸린 성소수자(LGBTQ) 상징인 무지개 깃발을 독일 국기로 교체하고 역사 교육에서 나치 제3제국에 대한 비중을 줄이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독일경제연구소(IW)는 외국 출신 노동자, 특히 의료 분야 인력에 크게 의존하는 작센안할트에서 AfD의 이민정책이 시행될 경우 지역 경제에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AfD의 압승은 메르츠 총리에게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메르츠 정부는 침체된 독일 경제를 되살리고 불법 이민을 억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최근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도 CDU가 AfD에 뒤지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홀거 슈미딩 베렌베르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결과는 사전 여론조사가 시사했던 것보다도 훨씬 나쁘다"며 "CDU 내부에서 심각하고 상당히 시끄러운 자성의 시간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AfD가 성공한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메르츠가 이끄는 연방정부가 매우 인기가 없어졌다는 점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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