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정보기관 간 총격전 파장 확산…젤렌스키 "SBU·HUR 책임자 해임"

전쟁 중 정보기관 간 무력충돌에 HUR 요원 3명 부상
FSB 연계·강압 자백 놓고 정면충돌…양측 가담자 2명 입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2026.08.0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전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양대 정보기관인 국가보안국(SBU)과 국방부 정보총국(HUR) 요원들이 수도 키이우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사건의 발단이 된 러시아 의용군단(RVC) 부사령관의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연계 의혹을 놓고 두 기관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양측 책임자 해임을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SBU와 HUR의 충돌을 "전적으로 수치스러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두 기관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SBU와 HUR 부수장들을 해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레흐 흐라모우 SBU 국가기밀보호국장을 해임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내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두 정보기관 지도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2일 키이우에서 SBU와 HUR 요원들이 충돌한 끝에 서로 총격을 벌이면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HUR 요원 3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2명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의 중심에는 러시아 의용군단 부사령관 스테판 카플루노프가 있다.

RVC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권에 반대해 우크라이나 편에서 싸우는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무장조직으로 HUR 산하에서 활동하고 있다.

SBU는 카플루노프의 이름을 직접 공개하지 않은 채 특정 인물이 FSB와 접촉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SBU에 따르면 해당 인물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을 전후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예정이던 러시아 반정부 인사를 암살하고 돈을 받고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살해하라는 임무를 FSB로부터 받았다.

SBU는 해당 인물이 FSB와 접촉 사실을 인정했으며 휴대전화에서도 FSB 관계자와 주고받은 통신 내역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카플루노프의 주장은 정반대다.

그는 지난달 23일 키이우 인근 자택 주변에서 SBU 요원들에게 강제로 연행된 뒤 9일간 구금됐으며 심리적 압박과 협박 끝에 FSB와 협력했다는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카플루노프는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 '구덩이를 파겠다'는 등의 위협을 받았다"며 "그런 상황에서 수사관들이 제시한 내용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SBU가 자신을 압박해 HUR 국장 출신인 키릴로 부다노우 대통령실장을 FSB 협력자로 몰아가려 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SBU는 강압 조사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카플루노프는 현재 정식 기소되지 않은 상태로 석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 기관은 총격전의 책임을 놓고서도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SBU는 카플루노프와 관련된 장소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HUR 측이 이를 무력으로 저지했다고 주장했다. SBU는 "FSB의 테러 행위를 수사하던 중 SBU 요원을 겨냥한 무장 공격이 발생했고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무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반면 HUR 측은 카플루노프 사건의 법적 절차를 협의하던 중 SBU가 HUR 요원들을 체포하기 시작했고 비무장 상태의 HUR 요원들에게 먼저 총격을 가했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검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루슬란 크라우첸코 검찰총장은 이번 충돌에 연루된 SBU 직원 1명과 HUR 군인 1명을 각각 권한 남용과 법집행기관 관계자 살해 또는 살해미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전쟁 중 러시아를 상대로 각종 정보전과 특수작전을 수행해온 두 핵심 정보기관이 실제 총격전까지 벌이면서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년간 HUR를 이끌었던 부다노우가 올해 초 대통령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가운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두 기관 간 오랜 갈등과 작전 영역 중첩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