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미사일·드론으로 '경제 초토화' 확전…"민간 피해 심각"

양국 주요 산업·에너지·물류 등 인프라 향해 공습전 확대
NYT "양측 모두 물러설 조짐 없어…당분간 평화회담 어려울 듯"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드론 공격 이후 도시 상공으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6.08.2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상대 측을 겨냥해 드론·미사일 공격을 대폭 확대하고 있지만, 어느 쪽도 물러설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초부터 중장거리 공격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본토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러시아 석유 시설과 물류망을 집중 공격하는 '40일 작전'을 실시했다. 당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작전의 목적이 일반 러시아인이 전쟁 여파를 더욱 체감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론 공격에 러시아에서는 다수의 정유공장이 가동을 멈춰 휘발유·경유 공급 부족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엔 러시아 주유소 약 70%에서 휘발유·경유가 떨어져 정부가 서둘러 저품질 휘발유·경유의 판매를 허용해야 했다. 러시아는 오는 30일까지 경유 수출을 금지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드론은 또한 30곳 이상의 물류 시설을 타격했으며, 이 중 대부분은 '러시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전자상거래업체 와일드베리가 사용하는 곳이었다. 아조우해·흑해의 러시아 항만 인프라에 대한 공습은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의 농산물 수출에 타격을 가했다.

러·우, '경제 초토화' 드론 보복전…정유·물류·항만 공세 확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크리비리흐에서 소방관들이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을 받은 쇼핑센터의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2026.8.21. (올렉산드르 한자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군사행정청장 텔레그램) ⓒ 로이터=뉴스1 ⓒ 로이터=뉴스1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드론과 미사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요격미사일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뚫고 주요 도시들을 타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최근 탄도미사일 요격 성공률은 70% 이상에서 0% 수준으로 급락했다.

최근엔 최대 시속 약 600km로 비행할 수 있는 신형 제트 추진 드론을 투입해 우크라이나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달 우크라이나에서는 민간인 최소 437명이 숨지며 러시아측 민간인 피해(79명 사망)를 훨씬 앞섰다.

러시아는 겨울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난 1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에 대규모 공격을 가하라고 지시했다"며 "우리 시설을 공격하면 그에 대한 반격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누군가 우리를 먹이사슬 아래로 끌어내리려 하거나, 집어삼키려 한다면, 결국 이빨을 두들겨 맞게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서방 동맹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물러서는 대신 오히려 공격을 강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민간 항공사와 보험사를 향해 "러시아 영공이 위험해지고 있다"고 경고하며 "민간 항공기를 위협하려는 것이 아니지만, 대규모 드론이 러시아 상공을 뒤덮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우크라이나는 또한 자체 개발 중인 탄도미사일 'FP-9'을 이르면 이번 가을 실전 배치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군사 분석가들은 모스크바를 사정권에 두는 이 미사일이 실전에 투입된다면 전쟁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NYT에 전했다.

'끝 없는 전쟁' 피로감에도 협상 교착…"푸틴 멈출 생각 없는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7월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젤렌스키 대통령 엑스(X)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2026.7.29 ⓒ 뉴스1 이호윤 기자

양측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도해 온 종전 중재 외교는 지난 2월 중동 전쟁 발발 등 국제 정세 급변으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종전 협상을 앞두고 양측 모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고 하면서 공습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들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가 조만간 키이우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미국에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을 만나 트럼프의 '28개 항 평화안'을 논의한 지 며칠 만에 나왔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협상 준비가 됐다는 어떠한 신호도 보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평화 협상 주제는 현재 깊게 정지된 상태"라며 "우크라이나는 우리의 요구 사항을 잘 알고 있지만 이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논의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봄이나 여름까지는 진지한 평화 회담이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미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군사 전문가 롭 리는 "우크라이나에 비해 러시아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며, 러시아는 많은 고통을 감내할 수 있다"고 NYT에 설명했다.

NYT 모스크바 특파원은 '일반 러시아인들의 일상에 전쟁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면서도 "가중되는 불안과 끝없는 전쟁에 따른 피로감이 푸틴 대통령을 멈추게 만들 것이라는 징후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