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독, '문화원 맞폐쇄'…獨공항 드론 공격 미수 사건 충돌 격화

라브로프 "러 내 독일 문화적 존재 끝날 것"…독일, 러 총영사관도 폐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2025.05.28 ⓒ AFP=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독일 공항 드론 공격 시도 사건을 둘러싸고 충돌한 독일과 러시아가 자국 내 상대국 문화원을 서로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3일(현지시간) 독일 당국의 베를린 '러시아의 집' 폐쇄에 대한 대응 조치로 자국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카테린부르크에 있는 '괴테 인스티투트' 관련 시설을 폐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집과 괴테 인스티투트는 각각 러시아와 독일의 해외 문화원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의 한 행사에서 강연하며 "독일이 베를린의 우리 문화센터를 쫓아낸 만큼, 우리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카테린부르크에 있는 괴테 인스티투트를 폐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이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의 우크라이나 화물기 인근에서 발견된 폭발물 탑재 드론을 러시아와 연관 짓는 '억지 구실'을 내세워 베를린의 러시아의 집과 본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을 폐쇄하고 해당 기관 직원들에게 독일을 떠나라고 요구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독일이 드론 사건과 러시아의 연계성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정과 가정에 근거해 본에 남아 있던 마지막 러시아 총영사관과 베를린의 러시아의 집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의 조치는 의도적이었다"면서 "(그 결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의 관계가 여러 우여곡절을 겪는 와중에도 유지돼 온 러시아 내 독일의 문화적 존재가 끝난다는 점을 그들이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4일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선 우크라이나 화물기 인근에 폭발물과 기폭장치를 탑재한 드론이 발견됐으며, 독일 당국은 이를 러시아의 사보타주(파괴공작) 시도로 규정했다.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내무장관은 1일 기자회견에서 "경찰 수사와 범행 패턴, 정보기관의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라이프치히 공항 공격 시도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어 독일 정부는 본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을 오는 18일부터 폐쇄하고, 베를린 중심가의 러시아의 집 운영 근거가 된 협정을 철회해 이 시설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베를린 러시아의 집은 러시아 정부 산하 해외문화교류기관인 '로스소트루드니체스트보'가 운영하는 대형 문화센터로 1984년 문을 열었다.

이 기관은 러시아와 독일 간 문화·인도주의·과학·교육 교류를 촉진하고, 독일 거주 러시아인을 지원하며 러시아 문화와 러시아어를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동시에 러시아의 국가 선전과 정보 활동의 거점이라는 의혹도 받아왔다. 최근 몇 년간 독일 정치권 일각에선 베를린 러시아의 집을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한편 괴테 인스티투트는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표적인 해외 문화기관으로, 세계 각국에서 독일어 교육과 독일 문화·예술 교류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러시아에서는 소련 붕괴 직후인 1992년 모스크바 지부가 처음 문을 열었고, 이듬해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활동을 확대했다. 우랄 지역 예카테린부르크에는 정식 괴테 인스티투트 지부가 아니라 협력기관인 독일어 학습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