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국장·교황청 외교수장 동시 방러…우크라 종전 재시동
러 외무 "와서 대화하고 싶다는 양측 바람 반영"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 모두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바티칸(교황청) 외교수장이 동시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R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존 랫클리프 CIA 국장과 교황청 외무장관인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의 동시 방문에 대해 "와서 우리와 대화하고 싶다는 양측의 바람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랫클리프 국장은 지난 25일 극비리에 모스크바를 방문해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과 회담했다. CIA 국장의 모스크바 방문은 2021년 11월 윌리엄 번스 당시 국장 이후 약 5년 만으로, 백악관 고위 인사들조차 사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철저히 비밀리에 이뤄졌다.
미국과 러시아 정부는 랫클리프 국장의 방러가 양국 정보기관 간 통상적인 접촉이라며 의미 부여를 피했다. 일각에선 그러나 미국이 교착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길 원하고, 바티칸 역시 자체적인 종전 중재 노력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유력지들은 랫클리프 국장이 러시아 측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확전 자제를 당부하고 미국이 경제적 고립을 꾀하는 이란과의 관계 단절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랫클리프 국장의 방러 당일 교황청의 갤러거 대주교도 나흘 일정으로 모스크바를 찾아 라브로프 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크렘린(대통령궁) 외교담당 보좌관과 회동했다. 교황청 외교수장의 방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갤러거 대주교와의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고 확인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즉각적인 휴전과 신속한 포로·시신 교환, 인도적 지원 지속을 재차 당부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가 여전히 대화에 열려 있지만 서방의 기만적 행태 반복으로 인해 그동안 협상에서 도출된 합의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레오 14세 교황의 호소처럼 적대 행위를 멈추고 국제사회의 지원 하에 진정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며 "교황청은 영적 외교적 인도적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중재로 종전을 논의해 왔지만 올해 2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대화가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사이 상호 군사·경제 기반시설 피해가 확대되며 소모전 양상이 심화하고 있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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