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술 수백건 학습한 AI의 어시"…英서 종양 제거 첫 성공

혈관·신경 피할 수 있도록 위험한 부위 지목
"의료진에 전문가 수준의 '두번째 눈' 역할 제공"

수술하는 의료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6.6.14. ⓒ AFP=뉴스1

(서울=뉴스1) 윤지오 수습기자 이정환 기자 = 영국 의료진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의 실시간 보조를 받아 환자의 뇌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27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병원(UCLH) 의료진은 베드퍼드셔에 거주하는 리스 히버트(48)의 뇌하수체 수술에 실시간 AI 보조 시스템을 적용해 성공적으로 종양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히버트는 약 18개월 전 발작으로 쓰러진 뒤 검사에서 11㎜ 크기의 비암성 종양을 발견했다. 종양이 시신경을 압박하면서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증상을 겪던 중 AI를 이용한 수술을 진행하자는 의료진의 권유를 수락했다.

수술은 코를 통해 내시경을 넣어 종양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때 AI는 수술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혈관과 신경이 존재할 가능성이 큰 위치를 화면에 표시했다. 동시에 종양을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는 부위를 강조해 보여줬다.

그간 뇌 종양 제거 수술을 앞둔 의료진은 MRI와 CT 등 사전에 촬영한 영상으로 환자의 종양을 확인 후 수술을 진행해 왔다. 이때 환자마다 혈관과 신경 등의 위치가 달라 종양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부위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백 건의 뇌하수체 종양 제거 수술 영상을 AI에 학습시켰다. 각 영상에 나타난 혈관과 신경의 위치를 일일이 표시해 AI가 인체 내부 구조를 인식할 수 있도록 훈련했다.

수술에 참여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신경외과 하니 마커스 교수는 해당 AI가 "대부분의 외과의사가 평생 접하는 것보다 많은 수술 사례를 학습했다"며 "전문가 수준의 '두 번째 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 히버트는 "수술이 끝나고 눈을 떴을 때 마치 360도 시야를 되찾은 것 같았다"며 시력과 체력이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그렇게 선명하게 본 적이 없었다"며 "이 수술이 내 삶을 되찾아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영국 국립보건의료연구원(NIHR)과 구글의 지원을 받아 수년 동안 해당 기술을 개발해왔다. 연구진은 기술을 설명하면서 AI의 역할은 의료진을 보조하는 것이며, 수술의 최종 판단과 통제권은 의료진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수술실에서 실시간으로 의사를 보조할 수 있는 일종의 '외과의사용 챗GPT'를 개발하는 것을 장기적 목표로 두고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bany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