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체코 영토 요구" 허위정보 퍼져…러시아 공작 가능성

대사 사칭·언론사 해킹 동원해 갈등 조장…오프라인 시위 선동까지
폴란드 외무장관 "싸우지 말자" 진화…국경 문제 악용한 여론 공작

폴란드 외무장관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가 2025년 9월 12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안드리 시비하와의 공동 기자회견 중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2025.9.1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폴란드가 체코 영토 일부를 병합하려 한다는 허위 정보가 온라인상에 조직적으로 확산하면서 양국 정부가 배후 조사에 나섰다.

25일(현지시간) 폴란드 TVP 방송 등에 따르면 이번 공작은 주폴란드 체코 대사를 사칭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이 '폴란드 외교부의 영토 반환 요구서'라는 위조 문서를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어 체코 공영 라디오를 모방한 가짜 웹사이트가 이를 기사화했고, 폴란드의 실제 지역 라디오 방송사 웹사이트까지 해킹당해 동일한 허위 보도가 실리며 사실처럼 둔갑했다.

유포 세력은 양국 국경 도시인 트르지네츠에서 반(反)폴란드 시위를 열자며 오프라인 갈등까지 부추겼다. 그러나 시위를 주도한 계정은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가짜 인물로 드러났으며, 관할 시청에 접수된 집회 신고도 없었다.

체코와 폴란드 안보 당국은 동유럽 내 대(對)러시아 연대를 약화하기 위해 러시아가 배후에서 기획한 전형적인 여론 분열 공작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번 공작은 양국의 과거사 갈등을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분쟁 대상이 된 국경 지역 '자올지에'는 1919년 무력 충돌을 겪었다. 1938년 폴란드가 점령했다가 2차 세계대전 후 체코슬로바키아로 반환된 역사적 상처가 있는 곳이다.

여기에 1958년 국경 조정 협정 당시 폴란드가 토지를 더 넘겨주며 발생한 미해결 '영토 빚' 이슈까지 엮어 왜곡했다. 폴란드 정부는 이를 무력이 아닌 외교적 대화로 풀어왔으나 공작 세력은 이를 마치 군사적·강압적 반환 요구인 것처럼 꾸며냈다.

파문이 커지자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SNS를 통해 "우리가 싸움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자"며 진화에 나섰다.

시코르스키 장관은 "과거 자올지에 병합은 폴란드 외교사에서 가장 어리석은 결정 중 하나였다"며 "2009년 레흐 카친스키 전 대통령이 폴란드를 대표해 체코에 공식 사과했던 점을 기억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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