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시경제 비판한 국책기관 수석전문가 해임…"상부에서 전화"

클레파치 "러, 경제 소모전서 못 이겨…사회적 위기 올 것" 발표
"러, 기술·경제 경쟁 모두 패배"…소련 붕괴 전과 비교하며 위기 경고

안드레이 클레파치. (러시아 우랄연방대 자료사진 갈무리).2026.08.17 ⓒ 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 경제정책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로 꼽히는 국영개발공사 소속 인사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권의 전시 경제 운용을 강하게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가 뒤늦게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독립매체 '더 벨'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개발공사 VEB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서방과의 경제적 '소모전'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안드레이 클레파치 수석이코노미스트를 해임했다.

더 벨의 한 소식통은 이고리 슈발로프 VEB 회장이 '상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클레파치를 해임했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도 이번 해임이 클레파치가 지난 5월 한 발언과 관련돼 있다고 확인했다. VEB 측은 클레파치가 수석이코노미스트 자리에서 물러난 사실은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14일 러시아 독립매체 '모스크바 타임스'는 클레파치가 지난 5월 경제 토론기구 '니키츠키 클럽' 회의에서 발표하며 러시아가 서방과의 경제적 '소모전'에서 이길 수 없으며 장기적으로 사회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클레파치는 "우리는 세계의 기술 경쟁과 경제 경쟁 모두에서 패배하고 있다"며 "중국과 미국에만 뒤지는 것이 아니라 일부 분야에서는 우크라이나에도 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경제 일부가 파괴됐고 인구학적 재앙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경제는 살아남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 소모전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저쪽(우크라이나)이 모두 무너질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지만 무너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반면 우리의 비용은 계속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레파치는 2023~2024년 군수산업 호황 이후 러시아 경제가 둔화하고 투자가 급감했으며 항공산업과 경공업, 식품산업 등 민간 부문이 경기침체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군의 항만·석유가스·화학단지·물류 등 러시아 인프라 공격으로 인한 손실도 커져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눈에 띄는 거시경제적 장벽"이 되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그는 서방의 추가 제재와 우크라이나군 공격에 따른 손실까지 고려하면 러시아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1.5%를 넘지 못할 수 있다며, 결국 '사회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클레파치는 현재 상황을 제정 러시아를 무너뜨린 1917년 2월 혁명과 1991년 소련 붕괴 전 상황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가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만 우리가 사회적 위기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점은 거의 확신한다"며 "경제적으로 붕괴하지는 않겠지만 우리의 낙후는 계속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67세인 클레파치는 2014년부터 12년간 VEB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일했다. 한때 VEB의 부회장과 이사직을 맡기도 했다. 그 전에는 경제개발부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며 거시경제전망국장과 차관을 지냈다. 러시아의 손꼽히는 거시경제 전문가로 통한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