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첫 쿠릴열도 방문에 러·일 외교 공방 격화…영유권 설전
다카이치 "일본 고유 영토, 방문 용납 못해"…러 "우리 영토" 맞불
日언론 "러, 영토 문제 타협 불가 입장 과시…양국 관계 추가 악화 불가피"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을 두고 러시아와 일본 간 외교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2000년 집권 이후 처음으로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쿠릴열도의 이투루프섬(일본명 에토로후·択捉島)을 방문해 현지 수산물 가공공장과 병원, 학교 등을 둘러봤다.
이에 일본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방문에 강하게 반발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관련 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이 2024년 1월 '북방영토를 반드시 방문하겠다'고 밝힌 이후 일본 정부는 러시아 측에 대통령의 북방영토 방문이 이뤄지지 않도록 거듭 요구해 왔다"며 "오늘 방문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방영토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나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현직 러시아 대통령의 방문은 일본의 일관된 입장과 양립할 수 없고 일본 국민의 감정을 해치는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일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본은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이번 방문으로 일본 내 대러 감정이 더욱 악화하고 중장기적인 관계 회복도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도 "북방 4개 섬은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이번 방문은 일본의 입장과 양립할 수 없어 극히 유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푸틴 대통령의 이투루프섬 방문 이후 니콜라이 노즈드레프 주일 러시아 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해 항의하고, 일본의 입장을 러시아 정부에 신속히 전달할 것을 요구했다.
러시아도 즉각 맞대응했다.
주일 러시아 대사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근거 없는 항의에 대해 대사는 남쿠릴열도가 러시아의 불가분 일부이며 제2차 세계대전 결과에 따라 합법적인 국제적 근거에 의해 러시아에 편입됐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영토를 방문하는 것은 러시아 지도부의 전적인 주권적 결정이며, 외국과 논의할 사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알렉산드르 그루시코 러시아 외무차관도 이날 푸틴 대통령의 이투루프섬 방문에 대한 일본의 외교적 대응은 아무런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루시코 차관은 "이런 외교적 활동은 아무런 결과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며 "러시아 땅은 국제법과 제2차 세계대전 결과에 따라 내려진 결정에 완전히 부합하게 러시아 땅으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일본은 캄차카반도와 홋카이도 사이에 길게 뻗은 열도인 쿠릴열도 남단의 4개 섬(이투루프·쿠나시르·시코탄·하보마이 군도)을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이들 4개 섬을 '북방영토'라고 부르며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이들 섬이 제2차 세계대전 결과 소련에 편입됐으며 러시아의 주권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법적으로 확립돼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현재까지 쿠릴열도를 실효 지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방문한 이투루프섬은 홋카이도 동쪽에 위치한 쿠릴열도 최대의 섬으로,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북방영토 4개 섬 가운데서도 가장 크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푸틴 대통령의 이투루프섬 방문에 대해 "우크라이나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영토 문제에서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이번 방문은 러시아가 영토 문제에서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일본에 보여주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러일 관계의 추가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와 일본은 2022년 우크라이나전 개시 이후 일본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면서 관계가 크게 악화한 상황이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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