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집권 후 첫 쿠릴열도 방문…日 "결코 용납 못해"(종합2보)
푸틴, 이투루프섬 수산공장·병원 등 시찰…日, 주일 러대사 초치
다카이치 "중장기적 일러 관계 회복 어려워져"
- 이창규 기자, 김지완 기자,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이창규 김지완 기자 유철종 전문위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쿠릴 열도를 처음 방문했다. 일본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방문에 강하게 항의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극동지역 방문 중 쿠릴 열도의 이투루프섬(일본명 에토로후토·択捉島)을 방문해 야스니 수산물 가공 공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캐비어를 시식하고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또한 쿠릴 중앙 지역 병원을 방문해 병원의 교통수단 현황과 구급차 상태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병원 차량 한 대를 교체하자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00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직접 쿠릴열도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그동안 쿠릴열도가 속한 사할린주의 사할린섬은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쿠릴열도를 직접 찾지는 않았다.
푸틴에 앞서 러시아 대통령이나 총리가 쿠릴열도를 방문한 사례는 5차례 있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러시아 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대통령이던 2010년 쿠릴열도의 쿠나시르섬을 방문했고, 총리 재임 중이던 2012년과 2015년, 2019년에도 다시 쿠나시르와 이투루프섬을 찾았다. 2021년에는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가 이투루프섬을 방문했다.
일본은 이번 푸틴 대통령의 쿠릴 열도 방문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날 총리 공저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사무차관 등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후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이 2024년 1월 ‘북방영토를 반드시 방문하겠다’고 말한 후 러시아 측에 방문이 이뤄지지 않도록 거듭 요구해 왔다"며 "오늘 방문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북방영토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나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현직 러시아 대통령의 방문은 일본의 일관된 입장과 양립할 수 없고 일본 국민의 감정을 해치는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일러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본은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이번 방문으로 일본 내 대러시아 감정이 더욱 악화하고 중장기적인 관계 회복도 어려워졌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며 "러시아 측이 이 사안의 중대성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외무성을 통해 강력히 항의하고, 향후 정부 내에서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도 "북방영토는 일본이 주권을 보유한 고유 영토이며 이번 방문은 일본의 입장과 양립할 수 없어 극히 유감"이라며 "모든 기회를 활용해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는데도 방문을 강행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어려워진 일러 관계에 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일본 국민의 감정도 해치는 것으로 결고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의 에토로후섬 방문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그 내용을 신속히 본국에 전달하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외무상은 푸틴 대통령의 쿠릴 열도 방문 후 니콜라이 노즈드레프 일본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
푸틴 대통령이 방문한 이투루프섬은 홋카이도 동쪽에 위치한 쿠릴 열도 최대의 섬이다. 러시아는 쿠릴 열도 남단 4개 섬(이투루프·쿠나시르·하보마이 군도·시코탄)을 실효 지배하고 있다.
일본은 이 4개 섬을 '북방영토'라고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이들 섬에 대한 자국의 주권은 국제법적으로 확립돼 있으며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영유권 주장의 역사적 근거 가운데 하나로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러일 화친조약을 들고 있다. 이 조약은 이투루프섬을 포함한 4개 섬을 일본 영토에 포함시키는 국경을 설정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소련군은 쿠릴열도와 남쿠릴 4개 섬을 점령했고 이후 소련 영토로 편입했다.
러시아는 일본이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쿠릴열도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 점 등을 근거로 남쿠릴열도에 대한 자국의 주권이 확립됐다고 주장한다.
남쿠릴열도 영유권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직도 체결되지 못한 러시아와 일본 간 평화조약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1956년 소련과 일본은 국교를 회복하는 공동선언에 서명하면서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계속하고, 평화조약 체결 뒤 시코탄섬과 하보마이 군도를 일본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쿠나시르와 이투루프의 귀속 문제에서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평화조약은 체결되지 못했다.
푸틴 집권 이후에도 러시아와 일본은 남쿠릴열도 문제와 평화조약 체결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협상을 벌였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는 일본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평화조약 협상을 중단했다. 이와 함께 남쿠릴열도 일·러 공동 경제활동에 관한 협의에서도 탈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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