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 애썼네"…태양 사라진 개기일식 장관에 유럽 환호·탄성·눈물
유럽 개기일식 관측은 1999년 이후 27년 만
늑대 울음 내뱉기도…"이순간 나는 하찮은 존재"
-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12일(현지시간) 태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2분 남짓의 찰나를 보기 위한 수많은 인파로 유럽이 들썩였다. 대낮이 순식간에 어둠으로 바뀌는 진풍경이 펼쳐지자 곳곳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일부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침묵하거나 눈물을 흘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섬나라 아이슬란드에서 스페인까지 수십 년 만에 유럽에서 관측된 개기일식을 보기 위한 구경꾼이 산꼭대기와 해안가·탁 트인 공간으로 몰려들었다.
이번 개기일식을 가장 잘 관측할 수 있는 스페인에선 오후가 되자 평소엔 텅 비어있던 마을들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스페인 북부 카스트리요 데 라 레이나에 모인 사람들은 달이 태양을 조금씩 가리기 시작하자 "지금이다, 지금, 지금"이라고 외쳤다.
스페인 이비사(Ibiza) 섬 북쪽의 산 안토니오에선 구름이 태양을 가리며 애를 태웠다. 해변 산책로에서 구경하던 첼로 오르테가는 "이건 사기야"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오르테가의 남편인 훌리안 고메스는 "내일 재방송 해주겠지"라고 농담했다.
기다림에 지친 일부가 자리를 떠나려던 순간 구름이 걷히며 태양아 다시 드러났다. 이내 주변이 어두워지고 불꽃처럼 빛나는 태양의 코로나가 생겨나자 많은 사람은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쳤다. 수 천개의 휴대전화 카메라는 일제히 하늘을 향했다.
스페인 교정당국에 따르면 북서부 우렌세에선 재소자 87명이 교도소 운동장에서 나와 개기일식을 지켜봤다. 교정당국은 "어떤 처지에 있든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능력 만큼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순간"이라고 밝혔다.
스페인에선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북대서양의 외딴곳으로 찾아간 사람들도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아이슬란드에선 어둠이 내려앉고 공기가 차가워지자 새들이 마치 해질녘처럼 요란하게 울부짖었다.
아이슬란드 헬리산두르는 이날 하루 종일 짙은 구름과 비가 이어졌다. 현지시간으로 오후 5시 45분을 넘기자 구름이 잠시 걷히면서 태양이 가느다란 초승달 모양으로 가려진 장면이 겨우 포착됐다. 직후 주변은 황혼처럼 어두워졌다.
헬리산두르에서 NYT가 만난 비요르그빈 할그림손(60)은 "하늘이 우리를 위해 열려준 선물 같았다"며 웃어 보였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왔다는 소피야 토머스(29)는 "아이슬란드에 온 뒤로 지금이 가장 어둡다"고 말했다.
개기일식 순간이 찾아오자 한 여성은 펑펑 눈물을 흘렸다. 몇몇은 늑대처럼 울부짖었다. 그러다가 군중은 일제히 침묵에 빠졌고, 현장은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드론의 윙윙거리는 소리로 잠식됐다.
짙은 구름 탓에 개기일식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곳도 있었다. 아이슬란드 서부 시골 리프의 비 내리는 언덕에서도 개기일식이 관찰되지 않았다. 28세 독일인 관광객 마라이케 크라우제 박사는 "태양 앞에 커다란 구름이 가로막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일부러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 외곽에서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아이슬란드를 찾았다는 크리스티나 무어스헤드(49)는 개기일식을 통해 자신이 "하찮은 존재처럼 느껴졌다"며 "내 사업 문제도 연애 문제도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중요한 건 오직 바로 지금, 이 순간뿐"이라고 했다.
영국 런던에서도 사람들이 거리와 공원에 모여 부분 부분일식을 관찰했다. 런던 프림로즈 힐에서 한 시민은 "잘했어, 달님"이라고 소리쳤다.
유럽 대륙에서 개기일식이 관측되는 건 1999년 이후 27년 만이다. 유럽 남서부 이베리아반도가 개기일식 경로에 놓인 사례는 1912년 후 처음이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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