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타 충격'에…내년 줄잇는 유럽 선거서 극우 목소리 커진다

프랑스·스페인·독일·이탈리아·폴란드 등 선거 앞둬
'반이민' 극우 정당에 선물 격…국경 강화, 재선에 필수

스페인 세우타 진입을 시도하는 이민자들. 2026.07.30 ⓒ 로이터=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북아프리카의 스페인 자치령 세우타에서 발생한 대규모 이주민 월경 사태가 내년 예정된 유럽 주요국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며 극우 세력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CNN방송·유로뉴스·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을 종합하면 세우타 사태 이후 유럽국들이 앞다퉈 스페인의 친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가운데 각국 극우 정당들도 반이민 여론몰이에 나섰다.

세우타는 지난달 30~31일 모로코 북부 해상을 통해 이주민 6만명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대다수는 스페인의 국경 통제에 자발적으로 모로코로 귀환했지만 최소 88명이 익사·압사하고 2500명은 여전히 세우타에 남아 있다.

이번 사태는 EU 역사상 단일 최대 규모의 불법 월경 사태다. 2015년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 100만 명 넘는 난민 유입을 겪은 유럽국들은 세우타 사태로 발칵 뒤집혔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2026.06.25 ⓒ AFP=뉴스1

강경 우파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l)을 이끄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극우 핀란드인당 소속의 마리 란테넨 핀란드 내무장관은 스페인의 솅겐 조약(유럽 29개국 간 개방형 국경 체제) 배제를 촉구했다.

유럽연합(EU) 22개국 정상들은 세우사 사태에 대한 긴급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동 서한에 서명했다. 스페인 북부에서 유럽 대륙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프랑스는 국경 검문을 강화하고 나섰다.

CNN방송은 세우타 사태를 놓고 유럽의 주류 정부들마저 강경한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며 "극단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견해가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유럽국들의 세우타 사태 대응을 비판하는 서한을 보내 "이기적이고 분열을 조장하는 불법적 반응"이라고 규탄했다.

호세 이그나시오 토레블랑카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의 스페인 담당 소장은 "스페인에 대한 연대는커녕 모두가 이민 및 그 파급효 과를 두려워한다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2026.06.30 ⓒ 로이터=뉴스1

산체스 총리는 2018년부터 스페인의 중도좌파 사회당 정부를 이끌어 왔다. 유럽 대부분 국가가 이민 통제를 강화하는 국면에도 불법 이민자 50만 명에게 합법 체류 자격 부여를 추진하는 등 친이민 정책을 고집했다.

스페인에서도 반이민 정서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우타 사태는 내년 8월 총선을 앞두고 사회당에 폭탄을 안겼다. 사회당이 극우 복스당이 주도하는 우파 연합에 패배할 경우 스페인에는 1975년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사망 이후 가장 우파 성향의 정권이 출범한다.

세우타 사태는 내년 4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뒤이어, 10월 폴란드 총선, 4~12월 사이 예정된 이탈리아 총선, 4~5월 독일 지방 선거에도 그림자를 드리울 전망이다.

싱크탱크 로위연구소는 "유럽의 극우 세력은 세우타 사태로 인한 혼란이 자신들에게는 선물이라는 점을 잘 안다"며 "재선에 도전하는 유럽 지도자들은 국경 강화가 정치적 생존에 필수임을 알 것"이라고 진단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