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EU 제재 앞두고 LNG 밀수출용 '그림자 선단' 구축 가속화

FT "러, 지난 6개월간 중고 LNG 운반선 최소 8척 확보…총 25척"
LNG 운반선, 일반 유조선보다 더 복잡…자체 기술 개발도 어려워

러시아 국기 앞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모형이 놓인 일러스트. 2022.05.1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러시아가 자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제재를 앞두고 LNG 수송용 '그림자 선단'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운 데이터업체 '윈드워드'는 지난 6개월간 최소 8척의 중고 LNG 운반선이 매각된 후 러시아신 화물 운송에 투입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그림자 LNG 선단 규모는 25척으로 늘어났다. 여기에는 러시아 극동 즈베즈다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 2척도 포함된다.

이는 EU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옥죄기 위해 2027년부터 러시아산 LNG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한 데 따른 대응이다.

러시아가 LNG 수출용 그림자 선단은 주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 위치한 러시아와 연계된 유령 회사들이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화물의 출처를 위장하기 위해 신호를 방해하거나 선박 간 환적 작업을 수행하는 등, 원유 수출용 그림자 선단과 동일한 수법을 동원한다. 원유 수출용 그림자 선단은 1000척 이상의 선박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러시아는 LNG 등 가스 운반선 분야에서는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LNG 운반선은 일반 유조선보다 더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된다. 극저온 LNG 운반선은 영하 162도의 초저온 상태를 유지하는 특수 저장 시스템이 필요하다.

건조 비용도 척당 약 3억 달러에 달하며, 러시아의 핵심 생산기지가 자리 잡은 북극 지역에서 운송하려면 쇄빙 기능까지 갖춰야 한다.

기술 정보 분석 업체 S-RM의 세프티무스 녹스 이사는 "전술은 대체로 동일하지만, LNG 운송은 그 특성상 실행하기 훨씬 더 어렵다"며 "전 세계 LNG 선단은 규모가 훨씬 작고 훨씬 현대적이며, 현대적이고 정교한 LNG 인프라 대부분은 러시아와 동맹 관계가 아닌 국가에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추가 LNG 선박 건조도 추진 중이다. 즈베즈다 조선소에서는 이미 4척의 선박이 건조 중이다.

다만 한국 한화조선소에서 건조된 빙해용 선박 6척의 인도가 제재로 인해 차단됐고, LNG 저장 시스템 분야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프랑스 기업 GTT는 지난 2023년 1월 러시아와의 계약을 중단해 러시아 자체 기술 개발이 더 절실해졌다.

자체 기술 개발에 성공해도 국제해사기구(IMO)와 선급협회의 인증을 받아야 해 기술 개발과 건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컨설팅 업체 드루리의 해운 연구 책임자 나빈 쿠마르는 이러한 이유로 러시아가 중고 시장에서 더 많은 선박을 조달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