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2조 공룡 제약사' 탄생 임박…아스트라제네카-BMS 합병 논의
성사시 세계 4위…항암제 포트폴리오 중복이 최대 걸림돌
영국 제약계 자존심 AZ 위상에…양국 정치권도 예의주시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영국을 대표하는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미국 경쟁사 브리스틀마이어스스퀴브(BMS)와의 합병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양사는 최근 몇 달간 합병에 대한 초기 논의를 진행했다.
합병이 성사된다면 시가총액이 4000억 달러(약 572조 원)에 달하는 제약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결합이 될 전망이다.
이번 합병 논의는 각자의 필요에 따른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까지 매출 800억 달러(약 114조 원)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위해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내 입지 강화가 필수적이다.
반면 BMS는 2019년 740억 달러에 인수한 셀진과의 시너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주력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다가오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두 거대 기업의 결합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양사의 주력 사업인 항암제 포트폴리오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실제로 BMS의 면역항암제 '옵디보'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관계다.
이 때문에 미국과 영국 규제 당국이 시장 독과점을 우려해 합병을 승인하지 않거나, 일부 사업부 매각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있다.
에번 사이거먼 BMO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두 회사의 암 치료제 포트폴리오 간 상당한 사업 중복은 합병 성공 확률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기업 M&A에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지만, 제약업계의 독과점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정치적 부담도 상당하다. 영국에서는 자국 대표 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가 미국 기업과의 합병을 계기로 무게 중심을 완전히 미국으로 옮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 6월 런던 증시에 이어 뉴욕 증시에 직상장하며 미국 자본시장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한 터라, 이번 합병이 '영국 기업의 미국행'을 가속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팽배한다.
아스트라제네카를 이끌어온 파스칼 소리오 최고경영자(CEO)의 선택에도 이목이 쏠린다. 그는 2014년 미국 화이자의 700억 파운드 규모 인수 제안을 막아내며 영국 제약업계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리오는 지난주 언론 브리핑에서도 "2030년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해 M&A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와 BMS 양측 모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BMS는 주가가 약 21% 상승한 반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약 8% 하락하는 등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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