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통제 보여줘야 한다"…세우타 사태에 유럽 중도도 '우향우'

"담론 주도권 놓지 않기 위해 강경한 모습 보이려는 것"
"철조망 넘는 난민 등 극적인 장면에 여론 휩쓸리기 쉬워"

스페인 세우타 진입을 시도하는 이민자들. 2026.07.3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스페인령 세우타의 이주민 유입 사태와 관련해 유럽의 중도 진영도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반(反)이민 극우 진영과 유사한 강경론을 펴고 있는 모습이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덴마크·프랑스·독일 등 다른 국가의 중도 성향 지도자들은 세우타 이주민 사태를 규탄하고 자국 국경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앞다퉈 내놨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유럽연합(EU)의 무비자 솅겐 여행 구역에서 스페인을 일시적으로 배제할 것을 촉구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역시 모로코에 "불법 이주민을 즉각 돌려받아라.""고 요구했다. 이는 2015년 유럽 난민 위기 당시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유럽 난민 위기 이후 독일을 위한 대안(AfD), 프랑스의 국민연합(RN), 영국개혁당(ReformUK) 등의 극우 정당은 줄곧 약진을 거듭해 왔다.

이는 유럽 전역에서 순이민 수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EU 집행위원회 통계기관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입국자 수에서 출국자 수를 뺀 순이민은 지난해 영국, 독일, 스페인에서 전년 대비 감소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소폭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중도 지도자들의 강경 발언이 이러한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파리 경영대학원 HEC의 이민·기후 문제 전문가 프랑수아 제멘은 "중도 지도자들이 이러한 이슈에서 역전당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경우 담론의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그래서 국경 통제 같은 사안에서 매우 강경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분석가들은 이번 주 지도자들의 강경한 어조가, 유럽이 2015년 위기의 재현과는 거리가 멀더라도 여론이 극적인 영상—낡은 보트가 영국 해안에 도착하는 장면이든, 젊은 남성들이 철조망을 타고 스페인 영토에 진입하는 장면이든—에 여전히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특히 낡은 배가 영국 해안에 도착하는 모습, 젊은 이민자 남성들이 철조망을 넘어 스페인 영토로 진입하는 모습 등을 담은 극적인 영상에 여론이 쉽게 휩쓸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통합·정체성 문제를 다루는 영국의 싱크탱크 브리티시퓨처의 선다 카트왈 소장은 "문제는 통제력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점"이라며 "이것이 포퓰리즘 정당의 핵심 지지층에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유럽 내에서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 하는 몇 안 되는 중도·좌파 지도자 중 한 명이다. 올해 초에는 미등록 이주민과 망명 신청자에게 4월부터 거주·취업 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대규모 합법화 정책을 실시한 바 있다.

산체스 총리는 이러한 정책이 세우타 사태를 조장했다는 비판에 대해 "이주민을 환영하면서도 국경을 통제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2021~2025년 이탈리아, 서발칸, 그리스를 통해 EU에 불법 입국한 사람이 스페인을 통한 입국자보다 많았다고 반박했다.

ⓒ 뉴스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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