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보르도 대형 산불에 에어버스·다쏘 등 방산 공장 '가동 중단'

佛 방산·항공우주 거점, 산불 위협에 '비상'…韓 KF-21 도입 차질 우려

지난 26일(현지시간) 보르도에서 약 30km 떨어진 생장디야크에서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2026.07.26.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최근 프랑스 남서부를 덮친 대형 산불로 지역에 밀집한 방산·항공우주 기업들의 작업장들이 일부 공장을 폐쇄하고 장비를 이전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서부 보르도 일대 지롱드 지역에선 이번 산불로 약 4만 2000헥타르(㏊)가 불탔고 주민·관광객 등 약 22만 명이 대피했다. 산불이 도시 방향으로 확산하면서 한때 보르도 외곽 15㎞ 지점까지 불길이 접근하기도 했다.

방산 기업들이 밀집한 보르도 인근 생메다르앙잘·메리냐크에도 산불이 확산하면서 시설에 보관된 가연성·폭발성 물질에 불이 옮겨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어버스, 탈레스, 아리안그룹, 사프란, MBDA 등 프랑스 주요 방산·항공우주 기업들은 직원 안전을 위해 사업장 가동을 일부 중단했다.

이들 기업은 8월 정기 휴무 덕에 화재 여파는 제한적이었으나, 화재가 계속되거나 더 확산할 경우 항공우주 공급망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WSJ에 전했다.

유럽의 우주 기업 아리안그룹은 발사체용 로켓 모터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부품을 생산하는 르에양, 생메다르앙잘 소재 사업장에 대피 조치를 내렸다.

특히 다국적 방산 기업 MBDA는 산하 미사일 제조 기업 록셀의 인근 추진체 공장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록셀은 한국 KF-21 전투기에 탑재될 예정인 미티어 공대공 미사일을 생산하는 곳으로, 이번 산불이 전력화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외에도 탈레스는 전투기·헬리콥터용 전자 시스템을 제조하는 메리냐크 캠퍼스 등 3개 사업장을 폐쇄했다. 항공우주 기업 사프란은 약 500명이 근무하는 인근 시설 4곳을 가동 중단했다.

프랑스 라팔 전투기를 생산하는 방산 기업 '다쏘 아비아시옹'은 화재 위협을 받는 사업장에서 민감 장비를 다른 시설과 인근 공군기지로 긴급 이전했다고 밝혔다.

생메다르앙잘과 메리냐크 일대는 17세기 루이 14세 시절 왕립 화약 공장으로 출발해 탄도미사일, 핵무기, 우주 개발 거점으로 성장한 프랑스의 핵심 방산 클러스터다.

그간 프랑스 방산 기업의 생산 시설은 상당수가 주요 인구 밀집 지역에서 떨어져 의도적으로 산림 지역에 건설됐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산불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전략 산업 시설들의 취약성이 우려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한편 보르도 산불은 현재 기상 조건이 개선되면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로랑 누녜스 내무장관은 이날 BFM-TV에 출연해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을 것"이라면서도 "상황이 약간 개선됐다고 해서 경계를 느슨히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