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구글에 1.5조원 역대급 과징금…미 "무역휴전 깨져" 반발

자사 서비스 우대·불공정 행위 등 디지털시장법 위반 혐의
미 무역대표부 "미국 기업 표적 삼아"…관세 보복전 우려 고조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집행위원회 본부. 2025.02.1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유럽연합(EU)이 미국 거대 기술기업 구글에 8억9000만 유로(약 1조4948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며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 다시 불을 지폈다.

EU는 구글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불공정 경쟁을 유발했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지만, 미국은 자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조치라며 보복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구글에 총 8억90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EU가 2024년부터 시행한 '디지털시장법(DMA)'을 근거로 단일 기업에 부과한 역대 최대 규모다.

과징금은 구글이 검색 결과에서 '구글 플라이트', '구글 호텔' 등 자사 서비스를 경쟁사보다 우대한 혐의(4억6000만 유로)와 앱 개발자가 구글 플레이스토어 밖에서 소비자에게 다른 혜택을 알리는 행위를 막은 혐의(4억3000만 유로)에 따라 매겨졌다.

미국 정부는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같은 날 워싱턴에서 성명을 내고 "진정한 대화는 '휴전' 상태에서만 가능한데, EU의 최근 조치는 이러한 노력을 훼손하며 통상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구글에 부과된 벌금만 합쳐도 EU 전체 예산의 2%가 넘는다"며 "이는 EU가 가장 경쟁력 있는 미국 기업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EU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테레사 리베라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최고의 제품이 성공하는 이유는 우수하기 때문이어야지, 검색 엔진을 운영하는 회사의 소유이기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헤나 비르쿠넨 EU 기술담당 집행위원 또한 "우리는 우리가 정한 규제를 철저히 준수하고 이행할 것"이라며 법 집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과징금 부과는 미국과 EU가 지난해 관세 협정을 맺으며 조성된 무역 휴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최근 미국 집권 공화당 의원 25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EU의 '차별적' 디지털 규제에 맞서 무역 조사를 개시하라고 촉구한 데 이어, EU가 구글의 경쟁사인 에어버스에 역대 최대 규모의 대출을 지원한 사실까지 맞물리면서 갈등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구글은 과거에도 EU로부터 수차례 반독점법 위반으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부과된 금액만 총 82억 유로에 달한다.

켄 워커 구글 글로벌사무 총괄사장은 "규제는 제품을 개선해야지, 더 나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EU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EU가 60일 내 시정 조치가 없을 경우 추가 이행강제금을 예고했다. 미국이 실제 관세 보복 카드를 꺼내 든다면 어렵게 봉합했던 대서양 무역전쟁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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