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3대진미 '페킹 덕' 관세폭탄?…'시장교란' EU와 무역분쟁

전문가 "中음식의 상징적 존재…中은 보복으로 받아들일 것"
유럽 농가들 "中 부 보조금 받는 오리고기가 시장 잠식"

페킹 덕ⓒ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오리고기 덤핑 여부에 대한 조사를 공식 개시하면서, 중국 대표 음식인 페킹 덕(베이징덕)을 둘러싼 논란이 무역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페킹 덕은 제비집, 샥스핀과 함께 중국 3대 진미로 꼽힌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하루 10억 유로에 달하는 상황은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중국 오리 농가가 국가 5개년 계획에 따른 보조금·저리 대출·저가 사료 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산둥성 등 일부 지역에서는 오리 사료 생산을 위한 지역 클러스터가 조성돼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유럽 농가들은 “값싼 중국산 오리고기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EU 가금류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 '아베크'(Avec)는 “공정 무역을 회복할 수준의 반덤핑 관세가 신속히 부과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덤핑이 확인되면 EU는 신선·냉동·훈제 오리고기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지금까지 EU는 주로 화학제품·전기차 등 산업 제품을 겨냥했지만, 농업 분야로 확대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돼지고기·유제품·코냑에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한 바 있다.

EU 농업 협상가 출신 존 클라크는 “페킹 덕은 중국 음식의 상징적 존재다. 이를 겨냥한 조치는 중국 당국이 보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코냑에 대한 중국의 조치와 맞물려 ‘상징적 제품’ 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측은 최근 무역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대화를 시작했다. 지난 6월 29일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장관은 무역·투자 대화 채널을 열었다. 셰프초비치는 “현상 유지는 선택사항이 아니다”라며 중국의 보조금·환율 정책·국가 지원을 어떻게든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0월까지 무역적자 개선이 없으면 EU가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EU가 반도체 장비 등 첨단 기술 수출을 제한하는 점을 불만으로 제기했다. 중국은 최근 캐비아·푸아그라 등 고급 식품 생산을 늘려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농업부 지원으로 성장한 ‘칼루가 퀸(Kaluga Queen)’은 세계 최대 캐비아 생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페킹 덕에 쓰이는 같은 이름의 오리 품종은 중국에서 400년 전부터 길러온 품종으로, 몸집이 크고 성장 속도가 빠르며 흰 깃털과 주황색 부리·발이 특징이다. 세계 오리고기 생산량 500만 톤 중 중국이 480만 톤을 차지하며 압도적 비중을 보인다. EU 오리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8억 유로이며, 중국산 수입액은 1억9900만 유로에 달한다.

EU 집행위는 “중국산 오리고기 수입이 EU 산업의 판매량·가격·시장 점유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는 약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덤핑이 입증될 경우 회원국 다수의 승인을 거쳐 관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