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위비 늘린 나토에 이제 '충성' 요구…앙카라 회의 암울

7~8일 나토 정상회의 앞두고 긴장…트럼프, 이란전 미온적 지원 불만
뤼터 총장, 트럼프 비위 맞추기로 봉합 시도해왔으나 또다른 난관

지난 6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만나고 있다. 2026.06.24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마르크 뤼터 나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의 방위비 지출 확대와 각종 아첨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충성심을 요구하며 나토 탈퇴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7~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하지만, 나토와의 갈등은 봉합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ABC뉴스는 뤼터 총장이 2년 전 취임한 이후 미국이 나토에 계속 남아있도록 하기 위해 '노골적인 아첨'(outright flattery)을 불사했지만, 상황이 계속 바뀌면서 이번 튀르키예 정상회담을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에는 방위비 분담 문제가 쟁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충분히 쓰지 않고 미국에만 의존한다고 비판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미국 수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약속하면서 일단 봉합됐다.

그러나 뤼터 총장이 지난달 백악관 회동에서 '트럼프 1조 달러'고 금색으로 쓰인 도표를 제시하며 2017년 이후 유럽과 캐나다가 1조2000억 달러를 국방에 투자했다는 점을 강조했음에도, 이번에는 충성심을 트집잡혔다.

트럼프는 일부 회원국이 이란 전쟁에 동참하지 않은 점에 불만을 드러내며 "돈도 필요 없고 아무것도 필요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충성심"이라고 말했다.

원래 나토 총장의 주요 임무는 회원국 간 합의를 이끌고 32개국을 대표하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집권기 뤼터와 전임 옌스 스톨텐베르그는 미국을 나토에 붙잡아두는 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트럼프는 나토 탈퇴를 위협하고, 유럽 주둔 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덴마크령 그린란드 영토 확보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국방비를 충분히 쓰지 않는데 미국이 회원국을 방어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신뢰를 흔들었다.

이에 대응한 뤼터의 전략은 아부성 발언과 연출된 극적 장면 내놓기였다. 지난해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가 이란·이스라엘 갈등을 두고 격한 언사를 쓰자 "아빠(daddy)는 때로 강한 언어를 써야 한다"고 트럼프를 갑자기 아빠에 빗대었고 지난달 백악관 회동에서는 금색과 미국 국기 색채를 활용해 꾸민 도표 등 소품을 동원해 트럼프 비위 맞추기를 치밀하게 연출했다.

수만 개의 미국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으며, 유럽은 300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장비 수주 잔고를 확보했는데, 이 모든 것이 "자유세계의 지도자" 덕분이라고 트럼프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단순한 방위비 분담을 넘어, 어떤 수치나 도표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충성'을 동맹국들로부터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나토가 어떤 체면을 구기더라도 꼭 붙잡아야 하는 상대라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스톨텐베르그 전 나토 사무총장은 회고록에서 2018년 정상회의 당시 트럼프가 회의를 무산시킬 뻔했다고 기록했다. 그는 "만약 미국 대통령이 더 이상 다른 동맹국을 방어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항의하며 나토 정상회의를 떠난다면 나토 조약과 그 안보 보장은 큰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적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