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국, 우크라의 러 드론 공격 지원"…러 '사칭전화 듀오' 주장

에스토니아 대통령 보좌관 등에 사칭 전화
'드론 추락 사건' 빌미로 도발

지난 6월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전선 인근 진지에서 우크라이나군 장병이 러시아군을 향해 '호넷' 중형 공격 드론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발트 국가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가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드론 공격을 지원하는 것을 인정했다고 러시아의 사칭 전화 전문 희극인 2인조 '보반과 렉수스'가 1일(현지시간) 밝혔다.

본명이 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보반)와 알렉세이 스톨랴로프(렉수스)인 이들은 외국 정상, 정치인, 유명 인사 등에게 다른 고위 인사로 신분을 속인 뒤 전화를 걸어 통화 내용을 녹음·공개하는 활동으로 악명이 높다.

보반과 렉수스는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 루스템 우메로우의 이름으로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인 데이비다스 마툴료니스와 마디스 롤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통화 내용 일부를 텔레그램 채널에 공개했다.

텔레그램 글에 따르면 이 통화에서 에스토니아 롤 보좌관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겨냥해 발사된 드론들이 발트 국가들에 추락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는 결코 당신들(우크라이나 측)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는다. 정부의 입장은 우크라이나를 전혀 탓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전쟁에서 러시아를 탓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러시아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 조율을 돕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리투아니아의 마툴료니스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무인기와 관련한 자국 주민들의 우려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곧바로 정부 공식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 내 목표물에 대한 모든 행동을 지지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떤 비판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가 이를(드론 사건을) 우리에 대한 도발에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려 한다"고 말했다.

마툴료니스 보좌관은 또 리투아니아 방공망이 드론 몇 대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솔직히 인정하면서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반과 렉수스는 전했다.

최근 발트 국가들에서는 항로를 이탈한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추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공격을 위해 발트국가들의 영공을 몰래 이용하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발트 국가들은 러시아를 겨냥한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군의 전자전 교란으로 항로를 이탈해 발트 국가들에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반과 렉서스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정치인·유명 인사들에게 다른 인물로 신분을 속여 전화를 걸고, 민감한 현안에 대한 발언을 끌어낸 뒤 이를 러시아 매체를 통해 공개해 논란을 일으켜 왔다.

영국 가수 엘튼 존, 보리스 존슨과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여러 서방 인사들이 이들의 사칭 전화 함정에 빠진 바 있다.

서방에서는 이들을 러시아 정보·선전전과 연계된 인물로 의심하지만, 본인들은 정부나 정보기관과의 연계를 부인하고 있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