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본고장' 영국에 무슨 일이…14개월 한 번꼴 총리 교체

스타머 사퇴로 브렉시트 이후 10년새 7번째 총리 선출 앞둬
EU 탈퇴 이후 사회 분열· 소셜미디어 영향력 확대 여파

최근 10년간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상단 왼쪽부터), 리시 수낙, 리즈 트러스, 보리스 존슨(하단 왼쪽부터), 테리사 메이, 데이비드 캐머런. ⓒ 로이터=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22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사임 발표로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10년 사이 7번째 총리를 맞이하게 됐다.

의회 민주주의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영국이 전례 없는 정치적 혼란에 빠진 배경에는 브렉시트 이후 사회 갈등 심화와 소셜미디어 위주의 급격한 여론 환경 변화가 있다.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은 같은 해 7월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사퇴를 시작으로 테리사 메이(2016년 7월~2019년 7월), 보리스 존슨(2019년 7월~2022년 9월), 리즈 트러스(2022년 9월~2022년 10월), 리시 수낵(2022년 10월~2024년 7월), 키어 스타머(2024년 7월~현재)로 총리를 갈아치웠다.

스타머 총리는 집권 노동당의 5월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를 발표했고, 후임으로는 앤디 버넘 전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이 유력시되고 있다. 차기 노동당 대표 겸 총리는 7월 중순에서 늦어도 8월 말까지 선출될 전망이다.

앤디 버넘. 2026.05.22 ⓒ 로이터=뉴스1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이 잦은 총리 교체로 대중 민주주의 전환을 알린 1832년 대개혁법(Great Reform Act·시민의 참정권 확대) 당시의 혼란 이후 200년 사이 전례 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총리들의 잇단 사퇴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정책 실책과 경기 둔화 지속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이 있지만 브렉시트가 부추긴 사회적 분열에 소셜미디어 과열 효과가 더해지면서 혼란을 한층 부추겼다.

브렉시트는 영국에 복잡한 행정적 혼란과 경제 비용을 초래했고 이행 전후로도 찬반 논쟁이 계속됐다. 기성 양당인 노동당과 보수당은 어느 쪽 여론의 기대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지지기반이 무너졌다.

그 틈을 파고든 세력은 영국개혁당(UKIP)이 주도하는 극우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다. UKIP은 신생 정당임에도 지난 1년 사이 30%에 달하는 지지율로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며 지방·보궐 선거 때마다 기존 노동·보수당 의석을 쓸어 담고 있다.

나이절 패라지 영국 개혁당 대표. 2026.05.08 ⓒ 로이터=뉴스1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45~2016년 13명의 총리만을 배출한 영국에서 현재 평균 14개월마다 총리가 교체되고 있다"며 "10년 사이 영국 정치가 예측 가능한 엘리트 중심주의에서 파격적이고 예측 불허한 형태로 완전히 변모했다"고 지적했다.

엑스(X ·옛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는 이 과정에서 영국 정치의 '넷플릭스화'(Netflix-isation)를 야기하며 각자 보고 싶은 콘텐츠를 골라 소비하듯 유권자 개개인의 취향에 따른 인물 중심 정치를 심화했다.

여론조사업체 모어인 커먼의 루크 트릴 대표는 "이제는 철저히 개인 맞춤형 정치가 사람들에게 제공된다"며 "인기에만 기반한 리더십은 국민을 결집하기 어렵다. 임기 초의 높은 인기를 계속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