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덮친 기록적 폭염…프랑스서 아동 2명 차 안에서 숨져
프랑스·스페인 등 40도 육박…학교 휴교령에 인명 피해까지
'오메가 블록' 현상으로 고립된 유럽…"전세계 평균 2배 온난화 속도"
- 이상혁 수습기자,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상혁 수습기자 이정환 기자 = 서유럽 곳곳이 극심한 폭염에 휩싸이면서 6월 최고 기온을 경신하는 지역이 속출했다. 프랑스에선 폭염으로 인해 2세와 4세 아이가 차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로이터·르몽드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프랑스 기상청은 일주일째 극심한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프랑스 49개 주에 폭염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프랑스 인구 3500만 명이 적색경보가 발령된 지역의 영향권에 들어간다.
와인 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보르도 지역은 이날 기온이 섭씨 41.9도까지 올랐다. 지난해 8월 세워진 관측 사상 최고 기록을 1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중부 푸아티에 지역은 섭씨 41.2도를 기록해 1947년에 관측된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무더위로 프랑스 학교들은 휴교나 학사일정 조정을 결정하고 있다. 에두아르 제프레 교육부 장관은 폭염으로 인해 프랑스 전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1352곳이 문을 닫았고, 4042개 학교는 학사 일정을 단축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에선 주말 사이 전국적으로 최소 18명이 폭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르피가로에 따르면 이들 중 13명은 더위를 피해 수영을 하다 익사했다. 남서부 지롱드주에서는 노인 3명이 폭염으로 인한 건강 악화로 사망했다.
남동부의 카르팡트라 지역에선 2세와 4세 아동이 한 주택가 주차장에 세워진 가족의 차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를 어머니가 발견해 구급대원이 출동했지만 두 아동은 결국 사망했다. 엘렌 무르주 카르팡트라 검사는 "사망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폭염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 역시 더위에 고통받고 있다. 북부 대서양과 접해 선선한 날씨의 휴양지로 유명한 산세바스티안은 이날 기온이 섭씨 40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로이터는 이것이 해당 지역의 평균 기온의 두 배가 넘는 수치이며, 이날 유럽 지역 중 평균 기온에서 가장 크게 벗어난 지역이라 짚었다.
이탈리아는 이날 12개 도시에 폭염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북부 도시인 토리노 지역에선 더위로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 간헐적 정전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 전력 공급사는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두 배로 늘리고 발전기도 추가 가동하고 있다고 대변인을 통해 알렸다.
폭염으로 영향을 받은 건 사람만이 아니다. 벨기에의 야생동물 재활센터 설립자인 로맹 드 예게르는 "지붕 처마에 둥지를 트는 새들도 비정상적인 더위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지붕 위의 온도는 때때로 섭씨 50도, 심지어 60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새들이 둥지에서 익어 죽는 것보다 차라리 뛰어내리는 것을 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기상·기후 연구원 클레어 반스는 이번 폭염의 원인을 뜨거운 공기 덩어리가 유럽 상공에 갇힌 '오메가 블록' 현상 때문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오메가 블록은 거대한 고기압 능선의 양쪽에 저기압이 자리 잡은 현상을 두고 그리스 문자 '오메가'(Ω)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메가 블록이 북아프리카에서 북상한 뜨거운 공기를 유럽 상공에 가두면서 유럽 전역의 기온은 평년보다 5~10도가량 높아졌다.
반스 연구원은 "북아프리카, 특히 사하라 사막에서 따뜻한 공기가 올라오며 극심한 폭염이 발생했다"며 "공기가 아주 느리게 이동하기 때문에 더위를 식힐 바람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세계기상기구(WMO)의 4월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온난화 속도는 전 세계 평균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idealhyu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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