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분쟁이 기아보다 쉽게 지원받아…정치적 우선순위 불균형"

"인도주의 활동, 관료적 절차에 묶여 지원 늦어져"

레오 14세 교황이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세계식량계획(WFP) 본부를 방문해 청중을 향해 이야기하고 있다. 2026.06.22. ⓒ AFP=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레오 14세 교황이 기아 문제보다 분쟁 현장이 더 쉽게 지원받는 현실을 개탄하며 기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자원을 더 투입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22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세계식량계획(WFP) 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아와 그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데 투입하는 자원을 늘리고 원조를 막는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원조와 개발 사업은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지만, 무기의 이동에는 제약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인도주의를) 원칙으로 인정하면서도 실제로는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간극 속에서, 연대가 관료적 절차에 잠식되고 인간의 생명이 상품으로 취급되는 현실을 마주한다"며 "인도주의적 활동은 갈수록 복잡한 관료적 절차에 발이 묶여 지원이 늦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식량을 비롯한 필수 물자에 대한 접근은 너무도 자주 경제적·전략적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된다"며 "실상 분쟁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일보다 훨씬 쉽게 지원받고 있다. 이는 정치적·도덕적 우선순위에서 나타나는 근본적인 불균형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남수단·베네수엘라·레바논의 WFP 직원들과도 비공식 화상통화를 했다.

그는 "자원은 충분히 마련될 수 있고, 식량 생산 능력도 분명히 존재하나, 그럼에도 자원은 종종 전쟁과 분쟁, 그리고 말하자면 덜 중요한 목적들을 부추기는 데 쓰이고 있다"며 "그 결과 세계 일부 지역에서는 기아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WFP는 지난 한 해만 1억 2100만 명에게 식량과 현금, 바우처를 제공했으나, 최근 수년간 유럽과 미국의 잇따른 대규모 자금 삭감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은 WFB 등 기아 퇴치 기관에 대한 자원을 확충할 것을 각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요청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