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伊총리 왜 트럼프 손절했나…"유럽 우파도 이제 싫어해"

트럼프 '사진 찍자고 애걸' 발언에 파국 결말…멜로니 '100% 날조' 격분
이란 전쟁·미군기지 사용 불허 등 갈등 누적…재선 앞둔 정치적 계산도

지난해 4월 백악관을 방문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04.1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한때 '우파 동맹'으로 불렸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밀월 관계가 파국을 맞이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들의 결별이 단순한 감정싸움을 넘어 누적된 외교적 갈등과 멜로니 총리의 재선 전략이 맞물린 결과라고 2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갈등의 파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욕적인 발언으로 완성됐다. 그는 지난 15~17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멜로니가 나와 사진을 찍으려고 애걸했다(begged)"고 주장했다.

이에 멜로니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 영상 메시지를 통해 "완전히 조작된 이야기"라며 "나는 물론 이탈리아는 누구도 애걸하지 않는다"고 격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26.6.16 ⓒ 로이터=뉴스1

둘 사이가 갈라진 건 미국의 대이란 전쟁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탈리아는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고, 시칠리아에 있는 미군 공군기지의 급유 및 사용을 불허하며 전쟁과 거리를 뒀다.

이탈리아의 비협조에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멜로니가 제 지지율을 올리려고 이제 와서 다시 친구가 되려 한다"고 비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비판한 교황 레오 14세를 공격하자 가톨릭 신도인 멜로니 총리가 "용납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둘의 관계는 회복 불가한 수준으로 악화했다.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멜로니 총리에게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과 '손절'할 기회기도 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유럽에서는 우파 진영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나빠져, 그와의 친분이 오히려 독이 되는 상황이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해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2025.9.23 ⓒ 로이터=뉴스1

정치 분석가 로렌초 프레글리아스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의 크립토나이트(치명적 약점)가 됐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멜로니 총리는 이번 대립으로 국내 정치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 거대 강국의 '불량배' 같은 지도자에게 맞선 당찬 여성 지도자라는 서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내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멜로니 총리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분위기다. 조반니 오르시나 로마 루이스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멜로니 총리에게 예상치 못한 호재가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탈리아의 외교는 방향을 처음부터 다시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멜로니 정부는 그동안 백악관과의 긴밀한 관계를 지렛대 삼아 유럽연합(EU) 내에서 영향력을 키워왔지만, 이 전략은 이제 폐기 수순을 밟게 됐기 때문이다.

스테파노 스테파니니 전 나토 주재 이탈리아 대사는 "멜로니의 국제 정책은 너덜너덜해졌다"며 외교 노선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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