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0만 넘으면 이민 차단"…스위스 14일 국민투표 부친다
집값 폭등·교통지옥에 "이민 막자" 극우당 주도…기업들 "경제 망해" 반발
EU와 '이동의 자유' 협정 파기 시 경제성장률 7%↓…브렉시트급 격랑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스위스가 오는 14일(현지시간) 2050년까지 총인구를 1000만 명 이하로 억제하자는 내용의 개헌안을 국민 투표에 부친다.
이 안건은 극우 성향의 제1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이 주도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은 이 투표가 스위스와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어 '스위스판 브렉시트'로 불리며 거센 논란을 낳고 있다고 9일 전했다.
이번 투표는 2002년 스위스가 EU와 '인적 이동의 자유' 협정을 맺은 후 이민자가 급증한 데 대한 국민적 불만에서 비롯됐다.
당시 730만 명 수준이던 스위스 인구는 2025년 말 910만 명으로 약 180만 명가량 늘었고 현재 거주자의 약 28%는 외국인이다.
찬성 측은 통제되지 않은 이민 때문에 집값이 치솟고 도로망과 대중교통 등 사회기반시설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주장한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스위스 인구가 950만 명을 넘어서는 즉시 정부는 망명과 가족 재결합 등 이민 억제 조처를 해야 한다.
만약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하면 스위스는 EU와의 인적 이동 자유 협정을 포함해 인구 증가를 유발하는 모든 국제 협약을 의무적으로 파기해야 한다.
스위스 경제계는 법안 통과가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총력 저지에 나섰다.
호텔·건설·바이오 등 주요 산업 분야가 외국인 숙련 노동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인구 상한제가 도입되면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리히의 한 바이오 기업 임원은 인디펜던트에 "스위스 인재만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며 "사업장을 해외로 옮겨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적 손실 규모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경제연구소 BAK 이코노믹스는 EU와의 협정이 파기되면 2028~2045년 스위스 경제성장률이 7.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6850억 스위스프랑(약 130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이다.
네슬레와 로슈, UBS 등 세계적인 스위스 기업들도 일제히 반대 성명을 냈다.
투표 결과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이다. 지난 3일 발표된 GFS 베른의 여론조사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각각 47%과 52%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 벌어졌다.
이번 투표는 주택난과 공공 서비스 부담 증가를 이유로 반이민 정서가 확산하는 유럽 전역의 정치적 흐름과도 맞물려 있어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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