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0만 넘으면 이민 차단"…스위스 14일 국민투표 부친다

집값 폭등·교통지옥에 "이민 막자" 극우당 주도…기업들 "경제 망해" 반발
EU와 '이동의 자유' 협정 파기 시 경제성장률 7%↓…브렉시트급 격랑

지난달 25일 스위스 로잔 시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인구 상한제 투표 반대 포스터가 등장했다. 해당 포스터에는 웃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과 함께 프랑스어로 "유럽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겠다고요? 지금은 절대 안 됩니다! (Isolation d'avec l'Europe? Certainement pas maintenant!)"라는 강력한 경고성 문구가 적혀 있다. 2026.5.25 ⓒ AFP=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스위스가 오는 14일(현지시간) 2050년까지 총인구를 1000만 명 이하로 억제하자는 내용의 개헌안을 국민 투표에 부친다.

이 안건은 극우 성향의 제1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이 주도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은 이 투표가 스위스와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어 '스위스판 브렉시트'로 불리며 거센 논란을 낳고 있다고 9일 전했다.

이번 투표는 2002년 스위스가 EU와 '인적 이동의 자유' 협정을 맺은 후 이민자가 급증한 데 대한 국민적 불만에서 비롯됐다.

당시 730만 명 수준이던 스위스 인구는 2025년 말 910만 명으로 약 180만 명가량 늘었고 현재 거주자의 약 28%는 외국인이다.

찬성 측은 통제되지 않은 이민 때문에 집값이 치솟고 도로망과 대중교통 등 사회기반시설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주장한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스위스 인구가 950만 명을 넘어서는 즉시 정부는 망명과 가족 재결합 등 이민 억제 조처를 해야 한다.

만약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하면 스위스는 EU와의 인적 이동 자유 협정을 포함해 인구 증가를 유발하는 모든 국제 협약을 의무적으로 파기해야 한다.

스위스 경제계는 법안 통과가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총력 저지에 나섰다.

호텔·건설·바이오 등 주요 산업 분야가 외국인 숙련 노동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인구 상한제가 도입되면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리히의 한 바이오 기업 임원은 인디펜던트에 "스위스 인재만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며 "사업장을 해외로 옮겨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적 손실 규모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경제연구소 BAK 이코노믹스는 EU와의 협정이 파기되면 2028~2045년 스위스 경제성장률이 7.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6850억 스위스프랑(약 130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이다.

네슬레와 로슈, UBS 등 세계적인 스위스 기업들도 일제히 반대 성명을 냈다.

투표 결과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이다. 지난 3일 발표된 GFS 베른의 여론조사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각각 47%과 52%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 벌어졌다.

이번 투표는 주택난과 공공 서비스 부담 증가를 이유로 반이민 정서가 확산하는 유럽 전역의 정치적 흐름과도 맞물려 있어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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