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 '쿠바 군사 압박' 맹비난…"무릎 꿇리기 시도 단호히 규탄"

크렘린궁도 "전현직 국가 지도자에 폭력 안 돼"

3D 프린터로 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형상 뒤로 쿠바 국기가 보이는 일러스트. 2026.01.0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가 21일(현지시간) 미국의 쿠바에 대한 무력 압박을 강하게 비난하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70년 가까이 외부 위협과 정치적 협박, 경제·통상 및 금융·에너지 봉쇄에 맞서 자국 주권과 독립을 영웅적으로 수호해 온 쿠바 인민을 무릎 꿇리려는 새로운 시도를 단호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쿠바와 미국 간 대립을 상호 존중에 바탕해 대화로써 풀어가는 방법을 모색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외무부는 "미 법무부가 19일 쿠바 혁명 지도자이자 전 대통령 라울 카스트로를 1996년 쿠바 망명 단체 소속 항공기 격추 사건과 관련해 기소한 것에 각별히 주목한다"며 최근 미 정부 조치를 언급했다.

앞서 미 법무부는 1996년 2월 마이애미 기반 쿠바 망명 단체 '구출의 형제들'이 운용하던 항공기 2대를 쿠바군이 격추해 미 국적자 3명을 포함해 탑승자 4명이 사망한 사건에 간여한 혐의로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을 기소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이 "사건 후 30년이 지난 지금 쿠바 정권 교체와 쿠바 통제란 노골적 목적을 위해 카스트로를 쿠바 지도부에 대한 유례없는 압박의 합법성 확보에 이용하고 있다"면서 "압박 강화를 위해 니미츠 항모가 이끄는 미 해군 소속 항모강습단을 카리브해로 배치했다"고 지적했다.

미군 남부사령부는 20일 니미츠 항모, 구축함 그리들리(DDG 101), 보급선 퍼턱선트(T-AO 201) 등으로 구성된 항모강습단이 카리브해에 배치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베네수엘라 사건의 복사판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미국이 지난 1월 전격적인 군사 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법정에 세운 사건을 상기시켰다.

외무부는 "'자유의 섬'(쿠바)에 대한 경제적 질식을 노린 일방적 제한 조치들을 단호히 배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도 이날 카스트로 기소와 관련해 "쿠바에 대한 압박을 승인할 수 없다. 어떤 경우에도 전현직 국가 지도자들에 대해 폭력에 가까운 방식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미 항모강습단의 카리브해 진입과 관련해선 "섬 봉쇄는 유례없는 일이며, 이 봉쇄로 섬에 거주하는 일반인들이 겪을 재앙적 피해도 유례가 없다"면서 "대항모 등을 동원한 무력의 추가적 과시는 주민들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난했다.

냉전 시절 핵심 우방국 관계였던 러시아와 쿠바는 옛 소련 붕괴 후 관계가 다소 소원해졌으나, 최근 러·서방 간 갈등 고조 이후 다시 군사, 에너지, 금융, 관광 등 분야에서 밀착하고 있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