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러 '美중재 물거품' 판단…"푸틴, 가을쯤 돈바스 장악 계획"
FT "이란전쟁 끝나도 트럼프 중재 재개 가능성 작아"
우크라도 美 기대 내려놓고 유럽에 적극적 역할 주문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재하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사실상 끝장났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발을 뺀 틈을 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완전 점령을 노리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 공격을 확대하고 나섰다.
1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미국·이란 전쟁이 끝나도 트럼프 행정부가 중재하던 우크라이나 평화 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는 1~2월 세 차례에 걸쳐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개전 이래 처음으로 3자 종전 협상을 진행했다. 추가 협상은 3월 초 열릴 예정이었지만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로 무기한 중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러시아의 전승절(2차 세계대전 승전일)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사흘 휴전에 다리를 놓은 뒤 "(합의에) 매일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양쪽 모두 미국이 중재하는 종전 협상에 미련을 버린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란 전쟁 이전부터 미국이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해 종전 조건을 완화하지 못한 것에 대해 좌절감을 표해 왔다. 한 우크라이나 관리는 "협상할 만한 것은 이미 다 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종전의 최대 걸림돌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둘러싼 영유권 문제다. 러시아는 돈바스 내 우크라이나군의 완전 철수를 고집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추가적인 영토 이양 없이 '현 전선 동결'을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돈바스는 러시아군이 90% 점령했으며 우크라이나군은 나머지 10%에서 마지막 방어선을 지키고 있다.
러시아 입장을 잘 아는 소식통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돈바스를 완전히 장악한 뒤 종전 요구 조건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드론 공격 확대와 전장에서 러시아군의 진격 둔화에도 우크라이나 전선이 곧 무너질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9일 전승절 열병식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이 종결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적의 최종적 패배'를 이루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에 의하면 러시아군 사령부는 푸틴 대통령에게 가을까지 돈바스 전역을 장악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러시아가 돈바스 완전 점령에 성공하면 푸틴 대통령의 야망은 더 대담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결국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의 흑해 주요 항구나 수도 키이우 통제까지 넘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본토 드론 공격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나름대로 협상력을 키웠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편으로 기울어 압박하던 '빠르지만 불리한 합의'를 받아들일 이유가 줄었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동시에 유럽 중재를 통한 러시아와의 '공항 휴전'(상호 공항 공격 중단) 등을 추진하며 유럽 지도자들에게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더욱 구체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유럽에서는 대서양 동맹의 균열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를 놓고 더 이상 미국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이 커졌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직접 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과의 대화 가능성에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협상을 거부한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EU"라며 자신의 절친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대화 상대로 지목했다.
EU와 우크라이나는 말도 안 된다는 분위기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친러 성향의 미국 영화배우 스티븐 시걸,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를 협상장에 보내는 게 낫다고 일축했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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