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서두르는 트럼프, 졸속타결 우려…나쁜 합의가 더 위험"
美협상팀 경험 부족할 뿐 아니라 '성과 과시용' 합의 원하는듯
피상적 합의시 수년간 후속 협상에서 더 큰 문제 생길 수도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의 대이란 핵협상팀에 대해 "경험 부족으로 인해 실속 없는 '헤드라인용' 합의를 서두른다"며 우려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과의 핵협상 경험이 있는 유럽 외교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를 빠르게 선언하려는 욕구로 인해 피상적 합의가 도출될 경우 향후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친 기술적 후속 협상에서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한 고위 외교관은 "합의가 없을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라, 나쁜 초기 합의가 끝없는 후속 문제를 낳을까 봐 걱정한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 중 프랑스·영국·독일은 지난 2003년부터 이란과 핵협상을 진행해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체결을 이끌어 냈지만, 이번 협상에선 사실상 배제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첫 집권 때 JCPOA가 "끔찍하게 일방적"이라며 탈퇴했다.
미국은 '2주 휴전' 만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2차 협상에 참여할 대표단이 20일 오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다고 알렸다. 그러나 이란 측에서는 2차 협상 참석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2013~2015년 이란과의 협상을 조율했던 페데리카 모게리니 전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우린 (이란과의 협상에) 12년이란 시간과 막대한 기술적 작업이 필요했다"며 "21시간 만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냐"고 말했다. 미·이란 양측은 1차 협상 당시 21시간 동안 협상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이란 협상의 핵심 의제는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우라늄 약 440㎏ 처리 문제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하에 이란 내에서 우라늄 농도를 낮추는 '다운블렌딩'이 선호되는 처리 방안"이라며 "일부를 해외로 반출하는 혼합 방식도 거론된다"고 전했다. 반출 목적지로는 튀르키예와 프랑스가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 자체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축 제로'를 요구하다 20년 농축중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고, 평화적 농축 권리를 주장해 온 이란은 '5년 농축중단'을 수정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유럽의 한 외교관은 "미국은 5쪽짜리 문서에서 3~4가지 사항을 합의하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핵 파일에서는 모든 조항이 수십 개의 새로운 분쟁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또 이란은 경제적 측면에서 해외 동결 자산 접근과 제재 해제를 원하고 있으며, 특히 불가침 보장을 최우선 요구로 내걸고 있다. 반면 미국의 레드라인은 우라늄 농축 중단, 주요 농축 시설 해체, 고농축 우라늄 회수, 역내 동맹국을 포함한 광범위한 긴장 완화의 틀 수용 등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 외교관들은 스스로 협상에서 밀려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란을 상대했던 20년간의 전문성을 강조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한 당국자는 "2015년 협상에는 약 200명의 외교관·금융·핵 전문가가 참여했다"며 현 미국 측 협상팀의 전문성 부족을 우려했다. 다른 외교관은 "이란 협상은 악수 한 번으로 마무리되는 부동산 거래가 아니다"고도 말했다. 미국 측 협상단의 주요 인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트럼프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부동산 업계 출신임을 빗댄 말이다.
이에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협상을 이끌어온 실적이 있다"며 "미국 우선 원칙에 맞는 합의만 수용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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