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없는 나토' 현실화되나…유럽, 독자 방위 계획 추진

트럼프 취임 후 미국에 대한 신뢰 흔들…독일도 결국 자체 방어 강조
영국·프랑스, 미국 대신 핵·전략 정보 역할 강화해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깃발. ⓒ 뉴스1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전통적인 서방 동맹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유럽이 미국 없이 자체적으로 국방력을 강화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계획을 추진하는 당국자들에 따르면, '유럽판 나토'라 불리는 해당 계획은 나토의 지휘·통제 역할에 더 많은 유럽 인력을 참여시키고, 미국 군사 자산을 유럽 자산으로 보완하려는 것으로 나토 내외의 비공식 회의와 만찬 등을 통해 진전되고 있다.

이 계획은 지난해 처음 구상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속도가 붙었고,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지원하지 않는 유럽에 불만을 내비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특히 독일의 입장 선회가 유럽이 미국 없이 국방력을 키워 나가려는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프랑스가 유럽의 방위력 강화를 주장했으나 독일은 유럽 안보에 있어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나 관계자들에 따르면, 동맹으로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의 태도가 바뀌었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판단한 후 그가 피해자와 가해자를 혼동하고 있으며, 나토 내 미국 정책을 이끄는 명확한 가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독일은 여전히 공개적으로 미국에 불만을 표하기 보다 미국을 나토에 그대로 두면서 방위의 대부분을 유럽이 책임지는 구조를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나토를 유럽과 미국 모두에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고 평가하면서도 "유럽이 방위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나토가 대서양 동맹으로 남기 위해 더 유럽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유럽은 현재 나토의 공중 및 미사일 방어 책임과 폴란드와 발트 3국으로 이어지는 증원 통로, 물류망 관리, 주요 지역 훈련 주도 등 실질적인 군사 문제를 다루고 있다.

당국자들은 대잠수함전, 우주 및 정찰 능력, 공중 급유, 공중 기동성 등에서의 장비 생산을 가속하길 원하면, 많은 국가들이 냉전 이후 폐지한 징병제 재도입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그동안 미국이 제공해 오던 정보 및 핵 억지 분야다. 유럽 내에서는 미국의 위성, 감시, 미사일 경보 체계를 단기간에 대체할 수 없다며 프랑스와 영국이 핵 및 전략 정보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알렉산데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미국이 빠진 나토에 대해 "미국에서 유럽으로 부담이 이동하는 과정은 이미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국방 및 국가안보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이해하고 미국이 갑작스럽게 철수하는 대신 매우 체계적이고 통제된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우리 미국 친구들에게 전하는 기본 메시지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유럽이 자국 안보와 방위에 더 큰 책임을 질 때가 됐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