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로봇·드론만으로 러시아 진지 첫 점령"

젤렌스키 "사상자 0명, 전쟁의 미래가 왔다" 연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 전선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포터블 유탄발사기를 장착한 FPV(First Person View·1인칭 시점) 드론 시험 비행을 실시하고 있다. 2024.10.1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우크라이나가 보병 한 명 투입하지 않고 무인 항공 드론과 지상 로봇만으로 러시아군 진지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승리가 인류 전쟁사에서 로봇 시스템만으로 적의 진지를 탈환하고 항복까지 받아낸 최초의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14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무기 제작자의 날' 연설에서 "우리 측 보병과 사상자 없이 작전이 수행됐고 점령군(러시아군)은 항복했다"고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장의 미래는 이미 현실이 됐고, 우크라이나가 그 미래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전은 다양한 무인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통합 작전'의 결과물이라는 게 우크라이나 정부의 설명이다.

공중에서는 드론이 정찰과 화력 지원을 맡고, 지상에서는 자폭 로봇 '라텔'과 기관총을 장착한 '프로텍터' 등 다양한 전투 로봇이 돌격 임무를 수행했다. 또한 '볼리아' 같은 보급 로봇이 후방에서 탄약과 물자를 실어 나르며 작전의 지속성을 보장했다.

우크라이나가 이처럼 무인 전력 개발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심각한 병력 부족 문제가 있다. 러시아에 비해 인구가 절대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최전선 돌파와 같은 가장 위험한 임무를 기계에 맡겨 귀중한 병사들의 생명을 보존하려는 생존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무인 시스템 활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지상 로봇 시스템은 올해 1분기 3개월 동안에만 2만2000건이 넘는 임무를 수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로봇이 병사를 대신해 위험 지역에 투입됨으로써 2만 2000명 이상의 군인 생명을 구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과거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했던 '인간이 기계에 항복하는' 장면이 이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설명이다.

지난 1월 인공지능 기반 로봇이 러시아 병사 3명의 항복을 받아낸 데 이어, 이번 진지 점령 성공까지 '무인 전쟁'이 현실화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현재의 원격 조종 방식은 통신 교란 등 전자전에 취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가장 많은 희생이 따르는 '돌파' 단계를 기계가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성공은 의미가 크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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