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민주주의 '다수의 횡포' 전락 우려"…트럼프 다시 겨냥

"민주주의, 도덕적 가치에 뿌리 둬야 건강하게 유지"
민주 사회 지도자들에 "권력 독점 유혹 피하라" 촉구

14일(현지시간) 알제리 안나바에 위치한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요양원을 찾은 레오 14세 교황이 선물을 받고 있다. 2026.04.14.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이란 전쟁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레오 14세 교황이 민주주의가 '다수의 횡포'로 전락할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권력의 사용: 정당성, 민주주의, 국제 질서의 재편'을 주제로 열린 '교황청 사회과학 아카데미 총회' 참석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같이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은 민주주의가 도덕적 가치에 뿌리를 둘 때만 건강하게 유지되며 "이러한 토대가 없으면 '다수의 횡포'가 되거나 경제적·기술적 엘리트의 지배를 위한 가면이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가톨릭교회는 권력을 목적이 아닌 공동선을 향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도록 가르친다"며 "이는 권위의 정당성이 경제적 또는 기술적 힘의 축적이 아니라 그것이 행사되는 지혜와 덕에 달려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민주 사회의 지도자들을 향해서는 권력을 독점하려는 유혹을 피할 것을 촉구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절제는 권위의 정당한 사용에 필수적임이 입증된다"며 "진정한 절제는 지나친 자기 과시를 억제하고 권력 남용에 대한 안전장치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한은 레오 14세 교황이 아프리카 첫 순방지인 알제리를 방문해 일정을 수행하는 도중 공개됐다.

미국을 비롯한 특정 민주주의 국가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레오 14세 교황이 이란 전쟁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 아닌 설전을 주고받았던 만큼 이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누군가 레오 교황에게 이란이 지난 두 달간 완전히 비무장한 무고한 시위대 최소 4만 2000명을 살해했고, 이란이 핵폭탄을 보유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 달라"고 비꼬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지난 12일에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레오 14세 교황은 범죄 문제에 약하고 외교 정책에서도 형편없다", "내가 백악관에 없었다면 레오도 바티칸에 없었을 것"이라며 교황을 공격한 데 이어, 자기 모습을 예수처럼 묘사한 인공지능(AI) 합성 사진을 게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는 뒤늦게 삭제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