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고 치면 동맹들이 뒷수습…호르무즈 청구서도 온다
유럽, 에너지 위기·종전 뒷처리 주도·호르무즈 통행료 '3중고'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이란 전쟁이 휴전 국면에 접어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이익만 취하고 뒷수습은 동맹과 우방들에 떠넘기는 패턴이 또다시 반복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관료들 사이 휴전 이후 유럽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등 뒤처리를 도맡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은 무력 충돌이 멈추면 호르무즈 봉쇄 해제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현재 영국 주도로 유럽국들과 한국·일본·캐나다 등 40여개 국이 해협 재개 문제를 논의 중이다.
미국은 관련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이스라엘 공습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자 "이 해협을 통해 석유를 받는 세계 각국이 항로를 관리해야 한다"고 재차 책임을 회피했다.
유럽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하면서 사후 뒷수습을 주도하고 전에 없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까지 내야 하는 3중고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이란과의 2주 휴전 발표 직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관련해 "큰돈을 벌 것이고 이란은 재건 과정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란의 호르무즈 통행료 징수를 용인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자연 해협에 해당하는 호르무즈는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 등에 따른 '국제 해협'으로, 역사적으로 특정 국가가 통행료를 징수한 전례가 없다.
1987~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서방은 미국 주도로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에서 쿠웨이트 유조선을 호위하기 위한 '어니스트 윌' 작전을 진행했는데, 참가국들은 수백억 달러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한 유럽의회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은 "유럽은 가자지구 재건 비용도 지불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은 거의 혼자 부담하고 있다"며 "이제 호르무즈 해협 통과 비용까지 내야 할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을 성사한 뒤 국제 조직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를 창립하고 세계 각국으로부터 가자지구 재건 비용을 걷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휴전을 중재하면서 비용은 유럽국들에 떠안기는 행태를 보였다. 현재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나토가 유럽 회원국들로부터 걷은 자금으로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미국산 무기를 제공하는 '우크라이나 우선요구목록'(PURL·펄) 프로그램 위주로 이뤄진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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