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중동 지역 '핵사고' 가능성…최악의 사태 대비해야"

"이란·이스라엘·UAE 핵시설, 전쟁 과정에서 타격 가능성"

하난 발키 세계보건기구(WHO) 동지중해 지역 사무국장 2025.04.20.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가 이란 전쟁으로 중동 지역에서 '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난 발키 WHO 동지중해 지역 사무국장은 이날 폴리티코 유럽판 인터뷰에서 WHO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의 여파를 주시하고 있으며, 모든 유형의 핵 위협에 대해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키 국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핵사고"라며 "아무리 준비하더라도 이 지역과 나아가 전 세계에 닥칠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그 결과는 수십 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 시설 공격이나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더 넓은 의미의 핵사고에 대비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 공습으로 이란 전쟁이 발발한 뒤 중동에서는 3주째 전쟁의 불길이 걷히지 않고 있다.

이란을 상대로 핵 프로그램 폐기를 압박하던 미국은 군사 작전을 개시한 뒤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전역의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이란은 주변 중동 국가들의 주요 기반 시설에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며 무차별 보복을 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의 미사일 사거리 내 위치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의 핵 시설이 보복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란 유일의 원자력발전소 부셰르 원전에서도 이날 포탄이 떨어졌다는 이란 측 주장이 나왔다.

발키 국장은 핵사고로 인해 사람들이 위험한 수준의 방사능에 노출될 경우 폐와 피부에 즉각적인 중증 외상을 입힐 위험이 있다며, 암 발생과 정신건강 문제의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현재까지 방사능 오염 징후는 보고되지 않았다.

WHO는 공중보건 위험과 민간인 보호 조치 관련 최신 권고안을 개발하는 한편, 핵사고 발생 시 대응 방법에 대해 직원 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발키 국장은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거론하며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이전 사건의 역사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우리가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갈등이 더욱 고조될 경우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스라엘 역시 상당한 양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AI·암호화폐 차르' 데이비드 색스는 "이스라엘이 핵무기 사용을 고려함으로써 전쟁을 확대할까봐 우려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기자들이 전쟁이 확대될 경우 이스라엘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관해 묻자 "이스라엘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