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유럽 아니면 보조금 없어"…EU, 무역장벽 세운다
산업 쇠퇴 막고 일자리 확보 전략…"역내 경제의 제조업 비중 20%로 확대"
전기차 EU산 부품 70% 넘어야…보호무역 논란 속 韓 등 FTA체결국 부품 인정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유럽연합(EU)이 사실상 유럽산 제품에만 보조금을 주는 내용의 '산업가속화법안'(IAA)을 4일(현지시간) 공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공공조달 및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메이드 인 유럽' 규정을 도입해 전기차·배터리·철강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일정 비율의 유럽산 부품 사용을 의무화한다.
이를 통해 현재 14% 수준인 역내 제조업 비중을 2035년까지 2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외부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 안보와 주권을 강화한다는 목적도 있다.
EU 집행위는 역내 산업 쇠퇴를 방치한다면 향후 10년간 일자리 약 60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논의 끝에 EU는 한국처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거나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 가입국 등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시장을 개방하는 국가의 부품은 EU산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향후 상호 시장 접근성을 보장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가령 한국은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부품 원산지 비율 자체를 따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IAA는 △자동차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배터리 △태양광 △풍력 등을 전략 산업으로 지정한다.
전기차의 경우 제조사가 공공 자금을 지원받으려면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의 70%를 EU에서 만들어야 한다. 다른 친환경 기술 분야에도 유사한 수준의 유럽산 부품 사용 의무가 부과될 예정이다.
특히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직접투자(FDI) 규제도 법안에 포함됐다. 특정 품목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40%를 넘는 국가의 기업이 1억 유로(약 1700억 원) 이상을 EU 전략 산업에 투자하면 해당 EU 기업의 지분을 49% 이하로만 보유해야 한다.
또한 현지 인력을 50% 이상 고용하고 관련 기술 노하우를 이전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번 조치가 과도한 보호무역주의라는 비판도 거세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혁신이 아닌 보호로 시장을 지키려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수출 중심국인 독일의 경제인연합회는 비용 상승과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으며 영국·일본·미국 등 EU의 전통적인 우방국들도 무역 장벽을 높이는 행위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유럽 내 산업계에서도 복잡한 행정 절차와 비용 증가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다. 더 비싼 유럽산 부품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면 제품 가격이 상승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유럽산'임을 증명하는 서류 작업이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초 이 법안은 '메이드 인 유럽'의 범위를 두고 프랑스와 독일 등 회원국 간 이견으로 발표가 지연됐었다.
프랑스는 엄격한 EU 내 생산 원칙을 주장한 반면, 독일 등은 교역 상대국을 포함하는 '메이드 위드 유럽'을 지지했다.
결국 최종안에서는 우방국과 FTA 체결국에 대한 일부 예외가 인정되긴 했으나 '메이드 인 유럽' 기조는 변하지 않아 향후 통상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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