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AI 장관' 내 얼굴 훔쳐"…알바니아 배우, 17억 소송

자신의 얼굴·목소리로 정부의 AI 챗봇 '디엘라' 학습시켜
"장관 임명까지 허용한 건 아냐…내 이미지 정치적 사용 안돼"

알바니아 배우 아닐라 비샤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장관 '디엘라'를 제작한 일바니아 정부가 자국 배우로부터 100만 유로(약 17억 원) 규모의 초상권 침해 소송을 당했다.

AFP통신은 27일(현지시간) 세계 최초의 AI 장관 디엘라를 상대로 한 배우 아닐라 비샤(57)의 법적 투쟁을 소개했다.

비샤는 2024년 12월 자신의 이미지와 목소리를 1년 동안 특정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계약에 서명했다. 비샤의 얼굴과 목소리는 알바니아의 온라인 정부포털 'e-알바니아'의 가상 비서로 개발된 디엘라의 아바타에 사용됐다.

사실적인 AI 챗봇을 만들기 위해 비샤는 몇 시간 동안 서서 쉬지 않고 말해야 했다. 비샤는 디엘라가 사용자 요청에 자연스럽게 응답할 수 있도록 입 모양 하나하나와 모든 소리를 기록해야 했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문제는 알바니아 정부가 지난해 9월 디엘라를 공공조달부 장관으로 '승진'시키면서 불거졌다. 디엘라 장관은 비샤의 허락 없이 그녀로부터 이름, 얼굴, 목소리까지 그대로 이어받은 상태였다. 당시 에디 라마 총리는 디엘라가 공공 입찰에 관한 모든 결정을 맡아 "부패가 100% 차단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비샤는 e-알바니아 이미지 사용에 관해서만 계약했고, 계약은 지난해 12월 만료됐다. 비샤는 "내 이미지와 목소리가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임명을 반대했다.

라마 총리는 디엘라 임명을 그대로 추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디엘라 장관이 "임신했다"며 국회의원 수에 맞춰 "83명의 아이를 출산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비샤는 "혐오감을 느꼈다"면서 "총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까지 미워하게 돼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알바니아 공식 전자행정 플랫폼 '이알바니아(e-Albania)'에 등장하는 AI 장관 디엘라의 모습 (출처=이알바니아)

비샤는 이달 초 알바니아 정부를 상대로 디엘라에게서 자신의 목소리와 이미지를 삭제할 것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지난 23일 행정법원에서 기각됐다. 비샤의 변호사는 수일 내로 손해배상 청구액 100만 유로를 포함한 본안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샤는 AI가 배우의 "아름다운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을 결코 대체할 수 없다면서도 최근의 경험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희망이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비샤는 "내 목소리와 모습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며 "기술은 발전하고 있고, 점점 무서워진다"고 말했다.

알바니아 정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소송이 "터무니없다"면서도 "법정에서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기회를 환영한다"고 전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