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헝가리, 러시아 원유 끊기자 "제재 저지" 공언…EU와 갈등 격화

우크라 경유 송유관 복구 지연에 "의도적 지연" 주장

드루즈바 송유관으로부터 원유를 공급받는 헝가리의 원유 시설.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헝가리가 유럽연합(EU)의 제20차 대러시아 제재 패키지를 저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EU 회원국들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AFP통신,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우크라이나가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행 석유 수송을 재개할 때까지, 우리는 키이우에 중요한 결정들이 진전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헝가리가 EU의 제20차 제재 패키지 채택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주년을 앞두고 추진된 EU의 제20차 제재 패키지는 니켈 바, 철광석 등 금속 수입 금지, 러시아산 원유 해상운송 금지 등 러시아의 에너지·금융·무역 부문을 압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친러 성향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도 러시아 동부에서 중유럽으로 이어지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 왔다. EU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양국의 러시아산 석유 공급은 지난달 27일 드루즈바 송유관 설비가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됐다고 우크라이나가 발표한 뒤 중단됐다. 양국은 우크라이나가 송유관 수리에 충분한 수단과 시간이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복구 작업을 지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러 제재를 주도해 온 EU와 유럽 국가들은 일제히 헝가리를 비판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3일 EU 외무장관 회의에 앞서 헝가리의 지속적인 반대로 제20차 제재 패키지가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작다고 밝혔다. 칼라스 대표는 "오늘 이 사안과 관련해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는 분명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헝가리도 과거 소련군의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훨씬 더 큰 연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며 "집권당이 국가 선전을 통해 침략 피해자에 대한 적대감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도 "헝가리의 입장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헝가리 동료들과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결국 우리가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헝가리는 지난 20일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원유 공급이 재개될 때까지 우크라이나에 방위자금 900억 유로(약 153조8000억원)를 대출하는 EU 프로그램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차관을 집행하려면 EU 예산법 개정이 필요한데, 이는 회원국 전원의 만장일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외에도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산 원유 공급을 재개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상 전력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양국은 유럽에서 우크라이나로 수출되는 비상 전력의 약 절반을 공급해 왔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