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맨유 구단주 "이민자에 英식민지화"…총리 "사과해" 분노

反이민 극우 야당 동조하며 "인기 없더라도 용기 보여줘야"
자신은 세금 피해 모나코 이주…"억만장자 탈세범의 훈계" 비판론

영국 석유화학기업 이네오스(INEOS) 그룹 회장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동 구단주 짐 랫클리프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영국의 세계적인 축구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억만장자 공동 구단주 짐 랫클리프가 이민자들에 의해 "영국이 식민지화됐다"고 발언해 거센 논란을 일으켰다.

랫클리프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영국의 경제 상황을 비판하며 "900만 명이 복지 혜택을 받고, 엄청난 이민자가 유입되는 상황에서는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내 말은, 영국이 식민지화됐다는 것이다. 너무 큰 비용이 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랫클리프는 "영국은 이민자들에 의해 식민지화된 것 아닌가"라며 "2020년 영국의 인구는 5800만 명이었는데 지금은 7000만 명이다. 1200만 명이나 늘었다"고 주장했다. 영국 통계청(ONS)의 추산에 따르면 실제 인구는 2020년 6700만 명에서 6950만 명으로 약 250만 명 증가했다.

랫클리프는 반이민 정책을 주장하는 극우 야당인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를 만난 사실을 언급하며 "이민 문제를 비롯해 일하지 않고 복지 혜택에 의존하는 사람 등 주요 현안을 정말 해결하고 싶다면, 인기가 없더라도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랫클리프의 발언은 영국 내 맨유 팬들을 포함해 영국 각계각층의 비판을 불렀다. 롭 해리스 스카이뉴스 스포츠부 기자는 맨유가 "남자 대표팀만 해도 12개국 이상 국적의 해외 선수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며 그의 견해가 "맨유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추구하는 이상과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영국은 자랑스럽고 관용적이며 다양성이 있는 국가"라고 밝히며 랫클리프에게 사과를 촉구했다.

결국 랫클리프는 자신의 단어 선택이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줬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통제되고 잘 관리된 이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억만장자 랫클리프는 맨유의 공동 구단주이자 석유화학기업 이네오스(INEOS)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셰일가스 추출을 지지하는 등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왔다. 지난 2020년에는 조세피난처 국가로 유명한 모나코로 이주했다.

영국 가디언은 사설에서 "랫클리프가 막대한 재산을 모나코로 옮긴 해에 영국 이민자들은 세금 약 200억 파운드를 납부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선동적이고 모욕적인 언어를 사용해 영국 국민들에게 이민의 위험성을 훈계한 것은 뻔뻔스러운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