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튀르키예 지진 3년…"폐허 위에 세우는 것은 벽이 아니라 삶"
도시 곳곳 새 건물…시민 일상도 회복 중
여전히 남은 상처…"사회 전체를 다시 세우는 과정"
- 김민수 기자
(안타키아(튀르키예)=뉴스1) 김민수 기자 = "지진 이후 하타이에서 진행 중인 과정은 단순한 재난 복구가 아닙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회 전체를 다시 세우는 과정입니다"
튀르키예 최남단 하타이의 무스타파 마사틀르 주지사는 4일(현지시간) 국내외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주거단지와 기반시설, 역사 유산을 아우르는 재건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시리아 국경 지대를 강타한 지 3년이 지났다. 하타이는 당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 중 하나다. 도심과 주거지, 종교·역사 시설이 한꺼번에 무너졌고, 도시 기능은 사실상 멈춰 섰다.
하타이주의 도시 안타키아는 고대 로마와 비잔틴, 오스만 시대를 거치며 동서 문명이 겹겹이 쌓인 도시로 '동방의 여왕'이라 불려 왔다. 우리에겐 안티오크, 안디옥으로도 알려진 곳이다. 지진은 이 도시의 현재뿐 아니라 수천 년에 걸쳐 이어진 시간의 층위까지 동시에 흔들어 놓았다.
다시 찾은 안타키아의 모습은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다. 새로 단장한 건물의 밝은 외벽과 철거 흔적이 남은 구조물이 같은 시야에 들어왔다. 복원과 붕괴가 나란히 존재하는 풍경이었다.
도심으로 들어서자 공기의 밀도가 달라졌다. 도로 위에서는 공사 차량이 속도를 줄인 채 이동했고, 골목 곳곳에는 비계가 설치돼 있었다.
인부들이 오르내리는 동안 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와 장비의 엔진음이 겹쳐서 들렸다. 이 소음은 특정 지점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 전반에 고르게 퍼져 있었다.
도심 광장에 있는 하타이 의회 건물 역시 외관 복원을 마쳤다. 3년 전 지진 직후에는 잔해와 먼지로 뒤덮여 접근조차 쉽지 않았던 장소다. 당시 건물은 붕괴 위험으로 통제됐고, 광장은 구조 인력과 중장비가 오가는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건물 앞 광장에는 국기가 걸려 있었고, 취재진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철거가 끝나지 않은 구역이 나타났다. 복원된 역사 유산과 비워진 터전이 불과 수십 미터 간격으로 맞닿아 있었다.
복원을 마친 구간과 공사가 진행 중인 구간은 뚜렷한 경계 없이 이어졌다. 새로 포장된 도로 옆으로는 철거 흔적이 남아 있었고, 인도 가장자리에는 임시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다.
일부 울타리는 기울어진 채 방치돼 있었고, 그 너머로는 정리되지 않은 잔해가 보였다. 도시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지만, 그 속도는 일정하지 않았다.
복원을 마친 상점가에는 흰 회벽과 붉은 기와지붕이 이어졌고, 창틀과 문은 전통 양식을 따르고 있었다.
거리 곳곳에는 공사를 진행 중인 인부들로 북적였다. 상점 앞에 잠시 멈춰 서는 시선, 골목을 빠져나오는 차량의 속도 모두 느린 호흡을 유지하고 있었다. 3년 전 폐허가 된 도시는 그렇게 천천히 회복 국면에 들어서고 있었다.
안타키아 곳곳에는 여전히 지진의 시간이 멈춘 채 남아 있었다.
반쯤 남은 벽체가 골목을 막고 있었고, 내부가 그대로 드러난 건물에서는 방의 경계가 허물어진 채 멈춰 있었다. 타일 자국과 계단이었을 자리만 남은 구조물은 하나의 단면처럼 이어졌다.
무너진 건물 사이로 잡초가 자라 있었다. 콘크리트 틈을 비집고 나온 풀잎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잔해 위에는 생활의 흔적이 흩어져 있었다. 깨진 세면대, 휘어진 철제 프레임, 색이 바랜 천 조각이 흙과 섞여 있었다. 사람의 시간이 멈춘 자리에서 자연의 시간만 이어지고 있었다.
안타키아 외곽의 한 시장에서는 상인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물건을 진열하고 손님을 맞는 동작은 일상의 리듬을 되찾은 듯 보였다. 그러나 대화 도중 '지진'이라는 단어가 오가자 표정은 금세 굳어졌다.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잠시 흐른 침묵이 이 도시가 아직 과거를 완전히 지나오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아나톨리아 지역에 최초로 세워진 모스크 '하비브-이 네자르 모스크(Habib-i Nejjar Mosque)' 는 복원을 마친 상태였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공동 성지인 모스크 외벽의 석재는 정돈돼 있었고, 방문객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했다. 모스크 내부에서는 신자들이 메카 방향을 향해 기도하고 있었다.
결국 튀르키예 국민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국가였다. 모스크에서 만난 무스타파 귤레르(80)는 "나는 안타키아에서 태어나 70년 넘게 이 거리에서 상인으로 살아왔다"며 "지진 이후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재건 과정을 지켜보며 다시 희망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3년. 하타이는 여전히 공사 중이다. 완공된 활주로와 미완의 골목, 복원된 외관과 남겨진 잔해가 한 도시에 공존하고 있었다.
kxmxs410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